'국토 골다공증'… 지방의 위기는 곧 나라의 위기다

[지역 속으로]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
'소멸의 땅 -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취재기

KBS 창원총국은 5개월에 걸친 현장 취재와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우리나라 지방 소멸의 실태를 심층 진단했다.

 

‘띠링~’ 카톡방에 뉴스 링크가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경남 거제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가 문을 닫았다는 내용이었다. 젊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환자가 줄어들어, 경영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골도 아닌 도시에서, 그것도 종합병원 산부인과가 문을 닫다니! 말로만 듣던 ‘지방소멸’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취재진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다. 국토 면적의 88%를 차지하는 지방 현실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

◇취재현장 17곳, 총 이동 거리 1000km…두 눈으로 확인한 ‘지방 소멸’
취재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경남 진주와 하동, 경북 의성과 군위, 대구, 부산 등 영남권 8개 시·군부터 전남 나주와 전북 익산, 광주 등 호남권 3개 시·군, 충북 진천과 음성 등 충청권 2개군, 그리고 서울과 일본 도쿄와 히메지시, 도쿠시마 현까지, 모두 17개의 도시를 현장 취재했다. 총 이동 거리만 직선거리로 1000km가 넘는다.


곳곳을 누비면서 확인한 건 ‘국토 골다공증’ 현상이다. 골밀도가 줄어들어 뼈 곳곳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처럼, 우리나라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줄어들어 빈집과 폐교가 늘어나는 등 곳곳이 텅 비어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같은 현상은 마치 전염병처럼 농산어촌에서 중소도시로, 다시 지방 대도시까지 퍼지고 있었다.


실제로 한때 50만명에 달했던 경남 창원시 마산 인구는 현재 36만여명,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8%였다. ‘젊음의 거리’라 불렸던 전북 익산시는 최근 40년 동안 정점 인구에서 인구 25% 이상 급격하게 감소한 대표적인 ‘축소 도시’가 됐다. 취재 중에 만난 부산 청년 박소현양은 “제2의 도시는 옛말이다”며 “이미 청년들은 떠나고 ‘노인과 바다’가 된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카토그램(일반 지도를 통계치에 따라 바꾼 지도)은 인구가 몰린 수도권의 면적이 과도하게 비대해졌음을 보여준다.


◇마이크로데이터로 확인한 ‘지방 소멸’ 원인… ‘수도권 쏠림 현상’
‘지방에 있던 그 많은 사람은 전부 어디로 간 것일까?’ 취재진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이 같은 의문을 가졌다. 현장 취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KAIST 데이터 연구팀 △리서처와 번역가 △학계 자문단과 함께 심층적 탐구를 진행했다.


지난 50년 동안 전국 시·군·구 인구 데이터를 받아, 시기별 지방 인구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인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60년대 시작된 산업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인구 상당수는 구직과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수도권’으로 갔다. 인구가 한쪽으로 쏠리자, 자본과 기업 등 자원도 빨려 들어갔다. 1960년대 전체 20%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현재 절반을 넘어섰다.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30%, 의료기관 51%, 정부투자기관 90%, 예금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지방 소멸의 근본적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자연적 감소 탓만은 아니었다. 수도권 쏠림 등 사회적 감소가 더 큰 문제였다.

◇다큐멘터리부터 디지털 인터랙티브 뉴스까지
기획부터 제작까지 5개월에 걸친 긴 여정. 취재진은 앞서 말한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지방소멸의 현주소와 그 원인’,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미비점’, ‘현 시점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 등 지방소멸을 둘러싼 가능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애초 프로젝트의 목적은 다큐멘터리 제작이었지만, 수개월에 걸친 취재 내용을 한 시간짜리 방송으로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어, 데이터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텍스트와 영상, 데이터 시각화 자료 등을 종합해 한꺼번에 쏟아내는 웹페이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https://somyeol.kbs.co.kr)’도 함께 개설했다.

◇“지방의 위기가 곧 나라의 위기다”
‘지방 인구가 주는 게 그리 큰 문제인가?’ ‘수도권에 다 같이 모여 살면 되는 것이 아니냐?’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모든 도시에서 인구가 늘어날 수는 없다. 특히, 요즘같이 인구가 정체된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방의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의 소멸은 ‘정든 마을이 사라진다’ ‘지방 사람들의 박탈감이 심하다’는 안타까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토의 효율적 사용을 넘어 생존과도 맞물려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방의 위기가 곧 나라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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