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해고 스포츠서울, 홈페이지엔 5일 전 기사들이

[노조, 17일부터 '출근 투쟁']
편집국장·부장·평기자 11명 해고
인수인계도 없어 사실상 업무마비

노조 "사측, 코스닥 거래재개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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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스포츠서울 홈페이지 대문 기사들은 업데이트 없이 16~17일 자로 멈춰있다. 후임이 정해지지 않고, 인수인계 절차 없이 온라인 편집을 담당한 구성원 모두 정리해고된 탓이다. 지난 17일 스포츠서울은 기자 11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중엔 현직 편집국장, 노조위원장, 연예부장, 디지털콘텐츠부장, 컬처앤라이프부장 등이 포함됐다. 차장급 기자 3명, 평기자 1명도 해고됐다.


앞서 지난해 5월 김상혁 서울STV 회장은 기업회생 과정에 있던 스포츠서울을 인수했다. “건실하게 신문업을 하겠다”며 김 회장은 인수 당시 구성원에게 5년 고용 보장을 약정했지만, 지난 3월부터 인원 30% 감축과 임금 삭감을 예고해 구성원과 갈등을 빚어왔다. 스포츠서울은 이미 지난 2월 희망퇴직과 2주간 휴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새 대주주가 들어온 지 1년 만에 전체 직원 80여명이던 스포츠서울 직원은 이번에 14명이 정리해고 되면서 50명으로 줄게 됐다.

 

지난 17일 스포츠서울은 기자 11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을 정리해고했다. 스포츠서울 노조는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출근 투쟁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이 편집국에서 출근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서울 구성원은 경영진이 대책이나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정리해고를 강행했다고 토로했다. 해고 이후 닷새나 지났지만, 해직된 편집국장 이름이 22일자 스포츠서울 지면에 그대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 이를 방증한다. 또 이번 정리해고 과정에서 사진부장을 편집부로 발령내고, 사진기자 2명 모두 해고해 현재 사진부는 해체된 상태다. 남아있는 스포츠서울 편집국 구성원 20명은 사실상 업무 마비인 상태에서 하루하루 신문을 만들고 있다.


박현진 스포츠서울 경제산업부장은 “지면을 정상적으로 발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바뀐 인원으로 어떻게 편집국을 운영할지 경영진의 계획이나 준비가 전혀 없어 기사를 꾸역꾸역 메워 넣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그냥 인원만 잘라내고 비용을 줄이겠다는 얘기인데 어떤 식으로 경영을 할지 비전이나 지식도 전혀 없다. 부서장들에게 빨리 정상화할 방법을 모색하라고 던져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노조는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출근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에선 김상혁 회장이 강행한 이번 정리해고는 스포츠서울 코스닥 거래재개를 통한 이익실현과 노조탄압이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스포츠서울은 지난 2019년 6월 상장폐지 사유인 회계 감사 ‘의견 거절’로 거래 정지돼 오는 12월 상장유지·폐지 여부를 결정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3월 회계법인인 스포츠서울은 4월부터 최소 6개월간 영업이익이 나와야 상장유지가 가능하다.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가 주최한 ‘스포츠서울 정리해고 출근 투쟁’ 기자회견에서 황철훈 스포츠서울지부장은 “노조는 올 초부터 대규모 정리해고를 막아서기 위해 임금 삭감을 포함한 무급순환 휴직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사측에게 테이블로 나와 대화하자 했다”면서 “사측은 노조의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구조조정의 목적은 사실상 인원 정리, 해고가 목적이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직 기자들은 지난해 연말 김 회장이 문래동 사옥을 매각해 9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긴박하게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봤다. 이들은 오히려 이번 정리해고가 경영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박효실 해직 기자는 “사진부 같은 경우 사진DB를 판매해 1년에 몇억 정도의 돈을 벌고 있는 부서였지만 부서를 해체해 앞으로 매출이 나올 수 있는 근원이 없어졌다”며 “다음 카카오 채널과 관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디지털콘텐츠부에서 포털 관련 대외 업무를 하던 인원이 다 해고된 상황이다. 이 이슈를 난생 처음 보는 체육부장에게 떠넘겨서 제가 그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해직자 14명은 매일 오전 스포츠서울 사무실에서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 황철훈 지부장은 “오는 24일 스포츠서울지부는 김상혁 회장의 삼성동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부당노동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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