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포털 혁신'… 여당의 뉴스배열 불만 해소로 끝나나

민주당 포털뉴스 혁신안, 뉴스 품질 개선엔 별 영향 못미칠 거라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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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미디어특위는 ‘포털의 AI 뉴스배열 폐지 및 이용자 구독제 전환’을 방향으로 하는 포털 혁신안을 밝히고 출범 시 제시한 과제에 대한 진행결과를 보고 했다. 사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지난 17일 밝힌 포털뉴스 혁신안을 두고 언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의 AI에 따른 뉴스배열 폐지, 이용자 구독제 전환 등을 골자로 한 방안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 할 ‘뉴스 품질 개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선이다. 특히 포털, 언론, 뉴스 이용자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한 난제를 포털의 일부 기능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상황 인식과 급한 추진이 가장 우려스럽다.

특위, “포털의 획일적 뉴스배치 사용자에게 맡긴다”

출범과 더불어 포털 혁신 방안을 과제로 내놨던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이날 1차 보고 자리에서 진행경과를 보고했다. 미디어특위 위원장 김용민 의원은 “뉴스와 미디어를 (이용자가) 선택하는 구독제로 전환하고 사용자의 명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서비스되는 바른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포털사이트에서 일방적으로 편집해 보여주는 뉴스는 전 국민이 하나의 종이신문을 보고 있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네이버 뉴스가 이용자 구독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카카오뉴스도 구독제 전환을 시사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포털이 아닌 국민이 결정하는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추천 등을 포함한 포털의 뉴스배열 자체를 없애는 방향은 네이버와 다음 PC버전의 ‘뉴스’ 카테고리, 네이버 모바일의 ‘MY뉴스’, 다음 PC와 모바일의 초기 화면 추천 뉴스 등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현행 포털뉴스 서비스 중엔 이용자 선택, 즉 구독 기반으로 운영돼 온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모바일 채널(CP제휴)’ 같은 방식만 남을 소지가 크다.


미디어특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더 구체적인 경과를 전했다. 그는 “(포털이) 언론사 편집국처럼 모든 언론사 기사를 가지고 배열 노출 범위를 결정하는데 포털이 갖고 있는 편집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민들 본인이 원하는 언론사, 기자의 기사가 먼저 노출될 수 있도록 본인의 화면에 선택권을 드리자고 (송영길 대표에게) 말씀드렸다”며 양대 포털과 상당히 합의를 이뤘거나 협의 중이라고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뉴스 이용 등과 관련해 이용자의 선택폭을 확대하는 변화를 단행했다. 사진은 AI 추천 뉴스 영역인 ‘MY뉴스’와 ‘섹션별 헤드라인 뉴스’에서 원하지 않는 언론사를 이용자가 직접 제외할 수 있는 ‘숨김기능’을 도입한 네이버.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경우 모바일 초기 화면에서 두 번 밀면 AI가 추천하는 ‘MY뉴스’가 나오는데 “거기에서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고 한다. 진행된다고 하고 있다”고 했고, 다음에 대해선 “초기 화면에 뉴스가 무작정 뜬 것이 76일(9월1일) 후면 없어진다. 카카오 자체는 이용자 선택권을 중시해서 선택구독제로 8월9일부터 전환된다고 한다”, “문제는 다음 PC와 모바일 초기 화면에 AI 추천 뉴스가 뜨는 것인데 내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출범 시 특위는 “포털 기사 추천이 일부 특정 언론에 편중. 현재의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배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알고리즘은 검색에만 적용, 뉴스 제공은 이용자 구독으로 서비스”, “기사배치 알고리즘 공개, 포털알고리즘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알고리즘 공개 등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올라 있고, 병행 추진 의사도 나오는 만큼 지켜볼 지점은 있지만 현재 방점은 ‘포털의 AI에 따른 뉴스배열 폐지 및 이용자 구독제 전환’에 찍혀있다.

포털 AI 뉴스배열 폐지하고, 이용자에게 맡기면 개혁?

이 같은 방향을 두고 언론계에선 특위의 포털 혁신의 목표설정이 맞고 효과적인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포털 혁신의 본질이라 할 ‘뉴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의문이 크다. 언론학자 A씨는 “언론개혁의 목적은 무엇인가. 뉴스 품질 향상이다. 진보든 보수든 품질 좋은 뉴스가 더 많이 생산돼 추천되는 환경을 만드냐가 본질”이라며 “포털의 뉴스 배열만 없애면 갑자기 언론사가 고품질 뉴스를 걸고, 바람직한 언론 생태계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생각은 굉장히 안이하고 문제를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 했다. 실제 이대로 진행될 때 포털뉴스 소비 중 변하는 부분은 일부다. 네이버는 언론사 구독과 AI 추천 기사를 7대3 비율로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이 사라질 뿐이지 기존 언론사 구독 영역 ‘7’의 변화를 가져올 동기유인은 없다. 이미 구독제로 운영 중인 네이버 언론사판에 걸리는 뉴스, 순위권에 오른 뉴스 대다수의 저열한 품질은 정확한 반례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네이버를 예로 들면 기존 구독제에 이미 들어간 CP사들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고, 영향력은 더 막강해져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점 못한 매체는 자동으로 푸시돼 알려지던 경우가 사라지니 검색에 잘 걸리게 무리한 기사를 쏟아낼 수밖에 없어질 가능성이 있고, 제평위가 유지되는 만큼 입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어 “알고리즘 이용 습관에 길든 이용자, 알고리즘에 맞춰 송고하는 언론사, 알고리즘의 한계를 인정치 않는 포털, 3자가 결합한 문제를 포털만 건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 시점에서 포털 혁신은 포털의 뉴스추천에 대한 여당의 불만만 해소하는 모양새가 됐다. 애초 특위의 문제의식은 ‘보수성향 매체 뉴스가 포털에서 훨씬 많이 추천 된다’는 포털 뉴스배열의 ‘공정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한 포털’의 상을 설정하거나 그런 서비스를 포털 내 당장 구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협의 가능한 포털에 뉴스배열 폐지를 요구하는 선에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요구 이후 나온 카카오 변화는?

최근 포털에선 뉴스 관련 부분 개편이 단행됐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지난 15일부터 새로운 구독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을 사전테스트 중이다.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서비스는 언론사를 포함한 개인 창작자, 기업 등 누구나 뉴스·영상·음원·게시글을 편집해 ‘보드’로 발행할 수 있게 하고, 이용자는 관심사나 취향에 맞춘 구독으로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포털을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지난 2019년 10월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구독 기반 콘텐츠 서비스” “언론사를 구독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이 재구성하는 방식”이라며 구독 기반 콘텐츠 서비스 출시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톡 내 ‘#’(샵) 탭의 개편을 의미한다. 기존 AI 추천뉴스로 채워지던 탭을 없애 ‘발견’(이용자가 좋아할 보드 노출), ‘구독’(개인별 구독 보드 모음) 탭으로 대체하고 카카오TV, 브런치, 티스토리, 콘텐츠뷰, 다음뉴스 등 카카오 플랫폼을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 외 아웃링크 콘텐츠까지 구독 및 관리가 가능케 했다. 무료 기반이되 광고·유료 구독 등 수익모델도 도입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7월 계약, 8월 서비스 시작을 타임테이블로 최근 일부 창작자와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뉴스 이용 등과 관련해 이용자의 선택폭을 확대하는 변화를 단행했다. 사진은 다양한 콘텐츠를 구독해 이를 이용자가 개인별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한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 /카카오 제공


언론사 B 관계자는 “카카오는 언론사별로 고정액 또는 광고연동으로 계약에 차이를 둬왔는데 근 10년 만에 모든 언론사에게 고정금액을 제공하는 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카카오톡 탭에 노출되던 매체들로선 트래픽 급감이 예상되니 지난 1년 간 매월 수익의 평균과 상승 추세를 감안해 2년 동안 보전키로 했고 첫 해엔 지원비도 주기로 했다”며 “1개 매체가 여러 보드를 운영해도 되는데 오픈 시 1000개 정도가 열릴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출범과 별도로 다음뉴스 첫 화면에 AI가 뉴스를 추천하는 문제는 남는다. 다음뉴스와 공존 방식도 현재 판단은 쉽지 않다. 다만 정치권에서 성과로 판단하는 ‘이용자 선택’에 기반한 변화가 ‘좋은 뉴스가 양산되는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해당 플랫폼은 뉴스와 콘텐츠의 경쟁을 전제하지 ‘고품질 뉴스’ 생산 동인은 전혀 언론사에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론사 C 기자는 “온라인기사 대응에 여력이 있는 언론사라면 어뷰징을 해 욕먹느니 아예 콘텐츠로 접근해 한탕 벌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B 관계자는 “피키캐스트 등이 들어오며 카카오페이지에서 겪은 어뷰징판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에 비하면 수익이 적어 인력 투입도 많을 수가 없는데 그 인력으로 일반 콘텐츠와 경쟁할 수 있는 방식은 뻔하다”며 “잘 돼도 샵탭을 찾는 건 주로 1020세대다. 언론사가 잘 할 수 있는 쪽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가 콘텐츠가 혼탁해지는 문제를 겪은 끝에 결국 전문성, 신뢰성이 담보된 방송사 등에 노출 혜택을 주고 있는데 고스란히 그일을 겪을 것으로 본다. 카카오는 오픈 초기 전수조사를 해서 낚시성 콘텐츠를 배제하겠다고 하는데,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공론장 영향 고려치 않은 포털 혁신은 정치적 구호일 뿐

네이버의 변화 역시 우려스럽긴 매한가지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AI 추천 뉴스 영역인 “‘MY뉴스’와 ‘섹션별 헤드라인 뉴스’에서 원하지 않는 언론사를 직접 제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MY뉴스’ 상단 우측 숨김 설정 및 언론사 구독 설정 숨김 화면을 통해 사용자가 추천받고 싶지 않은 언론사를 선택할 경우 해당 언론사 기사가 AI 추천 뉴스 영역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네이버는 “사용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의 포털 혁신 움직임 이후 나온 조치는 이용자의 의견과 선택을 뉴스 서비스에 반영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나와 다른 정치 성향이나 입장의 얘기는 듣지 않는’ 확증편향을 사회적으로 더 심화시킬 여지가 크다. 지난 3월 포털 다음이 동일한 취지와 방식으로 ‘언론사 선택 기능’을 시작했을 당시에도 유사한 문제제기가 이뤄진 바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시민들을 성향에 따라 진보나 보수매체만 보게 만들 때 건강한 뉴스 소비라고 볼 수 있을까. 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는 민주적 공동체를 꾸려가기 위해서인데 서로 아예 단절을 시켜 벽을 칠까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스 수용자는 늘 편향을 갖고 있다. 숨김 기능이 편향성을 강화할지 선택권 보장으로 건강한 뉴스소비가 될지 예단은 어렵지만 부정적 효과가 크다고 보는 쪽이고, 특히 언론사 숨김이 아니라 ‘기자’나 ‘카테고리 숨김’ 등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혁신 움직임 이후 나온 포털의 행보는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란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정치적 구호를 떠난 효과 측면에서 공론장에 미칠 긍정적 변화를 예상하긴 쉽지 않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8일 설명에서 포털 뉴스배열 금지와 관련해 “법안이 의도한 효과가 발생하는지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특위가 밝힌 대로 포털 스스로 구독제 중심의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관찰하며 입법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알고리즘 공개나 검증위 구성’ 등에 대한 논의 역시 단순히 공개여부가 아니라 뉴스 이용자에 대한 포털의 설명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성규 대표는 “알고리즘은 견제받고 감시받아야 하지만 정치권이 무엇을 어떤 목표로 공개하자는지 모르겠다. 목표가 있어야 그 목표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배열이 제대로 되는지 평가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소스코드가 공개된들 검증은 쉽지 않다. 그 목표를 포털이 자체적으로 밝히고 업데이트 시 최소한의 데이터 공개와 함께 충실히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아니라 뉴스 이용자에게 한계를 알리고 잘 설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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