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언론 개혁의 시간' 촉발했지만, 언론시민사회와 시각차

[미디어 특위 출범… '언론개혁 과제' 뜯어보니]
포털 혁신, 공적책무 부여 의미는 있지만
정치권 외압으로 귀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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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입법이 가장 촉박한 언론개혁 과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여야 정치권이 이사를 추천하고 이들이 사장을 뽑는 선임 방식은 공영방송을 정치권의 자장 안에 두며 논란이 돼 왔고 개선요구도 끊이지 않았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에 직접 참여토록 한 개정안은 대표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민 100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추천위원(국민)들은 방통위가 공모한 사람과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 중 적격자에 투표를 해 다득표자 13명을 KBS, 방문진(MBC), EBS 이사로 각각 추천하는 식이다. 사장은 국민위원회가 투표로 추천한 복수 후보 중 이사회가 특별다수제로 의결케 했다. 그 외 전혜숙·정청래 민주당 의원, 박성중·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공영방송사 이사 수나 선임 방식을 바꾼 개정안을 발의하며 논의 테이블에 오른 바 있다. 이사 수 13명이나 15명으로 증원, 추천주체 변경 또는 다양화, 2년마다 이사 3분의 1씩을 교체하는 ‘임기 교차제’ 등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출범했다. 김용민 민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활발한 법안 발의와 별개로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법안심사소위원회 산하에 ‘방송 TF’를 두고 여야 각 2명씩 추천해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 전반을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4·7 재보궐선거 등을 이유로 구성이 미뤄졌다. 지난달 13일에도 TF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내지도부 방침’을 이유로 회의를 보이콧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던 터였다.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이 하반기 예정되며 언론계에선 정치권의 후견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옛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될까 우려가 나온다. 대선 국면에 들어설 경우 논의 자체가 실종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언론노조는 지난 4일 성명에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사장 선출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법안을 만들면서 뒤로는 이사 후보군을 줄 세우는 기만적인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며 여야 정치권의 KBS 이사 추천 불개입 선언 등을 촉구했다.


신문사 종사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신문법 개정안’ 역시 신속한 입법이 요구된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법안은 △취재·제작 및 편집의 자율성 보장 위해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 △독자권익위원회 회의 결과 신문 및 인터넷신문에 공개 △취재·보도 과정에서 다양한 당사자 의견수렴 및 차별금지 조항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사용자 직능단체인 한국신문협회 등이 ‘사적자치 침해’ ‘언론자유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묶여 있는 상태다.


“일부 사주와 편집인들은 ‘신문 자율권’의 허울 아래 밖으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신문사 구성원들의 제작취재 자율성이 보장되고 독자들에 대한 설명책임이 강화되었다면 한국 언론 추락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처럼 이는 언론사 종사자의 사적자치를 더 보장해 기자가 양심에 따라 쓴 기사로 회사가 아닌 공동체 이해에 복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에 가깝다. 징벌적 손배제 등 ‘가짜뉴스 대응’을 위해 언론을 규제·처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처방이기도 하다.

 

지역신문에 대한 상시 지원을 가능케 할 ‘지역신문지원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도 고려될 필요성이 높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지난 4월 본회의 처리가 예상됐으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반대의견을 밝혀 심의가 보류됐다. 2004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지역신문을 지원한 법안은 두 차례 개정으로 수명이 연장돼 2022년 만료된다. 상시법 전환 요구를 지속해 온 지역언론에선 ‘국회 입법권 무력화 시도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인사들이 주요하게 거론 중인 ‘포털뉴스 혁신’ 과제는 방향을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디어특위는 “포털 기사 추천이 일부 특정 언론에 편중. 현재의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배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포털뉴스 추천 기능 삭제 및 아웃링크 전환’ ‘알고리즘은 검색에만 적용, 뉴스 제공은 이용자 구독으로 서비스’하는 두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알고리즘 공개와 포털알고리즘자문위원회 설치 등도 언급했다.


포털에 공적 책무를 부과한다는 덴 의미가 있지만 이런 행보는 국내 최대 뉴스 유통 플랫폼에 정치권이 지속 외압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일례로 김남국 민주당 의원(미디어특위위원)은 국회의장·교섭단체 대표가 3명, 대통령이 정하는 단체가 6명을 추천하는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를 꾸려 포털 알고리즘 구성요소 공개, 검증,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는데 정치권이 포털에 지속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전제한다.


‘공정성’ 실현이란 목표 자체가 알고리즘 안팎에서 난제이기도 하다. 기사길이, 취재원 수 등 요소를 고려해 구현되는 알고리즘으로 ‘공정한 기사’를 합의하긴 불가능하다. 언론사별 독자 수 차이 등 영향력이 다른데 동일한 비율로 공개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다만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이 연성화·저질화된 기사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던 만큼 개선은 필요하다. 언론계·학계 중심으로 제기되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 차원에서 입법을 진행, 포털이 설명의 책무를 이행하고 스스로 개선토록 하는 방식’을 유념할 만하다.


‘가짜뉴스 대응’ 과제의 하나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미디어특위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 언론중재법 개정안(정청래 의원)을 중심으로 언론보도와 유튜브 영상을 아우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반 국민을 ‘가짜뉴스’의 피해자이자 제도도입에 따른 수혜자로 상정한 인식을 보여왔지만, 언론시민사회에선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등이 실질적 혜택을 볼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쿠팡 사례에서 보듯 언론에 대한 ‘전략적 봉쇄소송’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일반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 문제적 언론보도로 일반 시민이 피해를 입었을 땐 5배, 10배의 배상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정치인, 공직(후보)자, 공공기관의 장, 대기업 집단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입증 책임은 그들이 져야지 기자가 취재원과 정보원을 다 밝히는 식은 말이 안 된다. 언론중재법상 손해배상 부분에 관련 특칙을 도입한 법률안을 준비해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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