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문재인 정부 첫 대규모 시국선언

25일 '언론개혁 촉구 시국선언'... "6월 국회, 약속 이행할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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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개혁 촉구 시민사회 비상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단체 대표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등 125개 언론·시민단체는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언론개혁 4대 입법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뉴시스

“언론 시민사회, 현업단체가 함께 하는 대규모 시국선언은 몇 년 만인 것 같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개혁 촉구 시민사회 비상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언론·시민단체들이 모여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탄핵정국 이후 처음이다. 윤창현 위원장은 “지난 몇 년은 촛불시민혁명으로 불의한 권력을 전복시키고 더 나은 민주주의와 세상을 꿈꿨던 많은 이들이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기대를 걸었던 시간이었다”면서 “이번 시국선언 자체가 문재인 정부 개혁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한 목소리로 “지금 당장 언론개혁”

이날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125개 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언론개혁과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입법과 제도화로 실천에 옮기라며 “지금 당장 언론개혁”을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과 정치권의 모든 관심을 빨아들일 블랙홀의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면서 “촛불을 들었던 광장은 그대로지만, 정부와 국회는 달라진 시민의 눈높이와 정치 수준에 맞는 또 다른 광장, 언론이라는 광장을 개혁할 뼈대조차 세우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야당 시절 언론개혁 논의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여전히 언론개혁을 주창하고 있지만, 문제 있는 언론을 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정작 언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 공약 등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고, 그러는 사이 8~9월 KBS·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진 개편, 12월 KBS 사장 선임 일정 등이 다가오고 있다. 고질적인 정치권의 자리다툼과 정쟁 속에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뉴스통신진흥회는 3~4개월 넘게 인사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8~9월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부터 방심위·진흥회 인사 공백 등 산적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공영언론 사장과 이사 선임에 국민 참여를 법으로 보장하고 기득권을 완전히 청산하라”고 요구하며 “다가오는 6월 국회는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권이 언론개혁 약속을 이행할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앞서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89.5%의 응답자가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것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정치권이 언론에 대해 후견인 노릇을 하겠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언론을 자기들의 부속물처럼 좌지우지 농단하려는 자세를 걷어치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단체들은 이밖에도 △자본과 권력이 아닌 시민이 언론에 의해 받은 피해를 배상할 법안 제정 △언론노동자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신문법 제정 △지속 가능한 지역 언론 지원을 위한 제도 수립 등을 시급한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언론개혁 영역에서 촛불혁명의 완수는 법과 제도의 개혁으로 이뤄진다”며 “그것이 방송·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지금 시작해도 늦다”면서 “전체 저널리즘이 위기인 이 시대에 방송과 신문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법과 제도적으로 바꿔야 할 게 너무 많다. 국회도 그들이 약속한 언론개혁을 지금 당장 시작해달라”고 밝혔다.


최성주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언론 현업인 출신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시민을 위한 역할과 자리를 만들겠다고 (국회에) 들어간 분들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시민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본인들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착각하지 말고 시민참여가 자리 잡도록 제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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