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하' 열풍이 남긴 과제, 기자의 역할 변신

실시간 소통, 새 플랫폼 대응 통해
독자와의 수평적 관계 재정립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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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소셜미디어로 거론돼 온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 열풍은 언론계에 어떤 화두를 남겼을까. 약 두 달 만에 위축세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 플랫폼이 남긴 파장은 작지 않다. 특히 기자의 역할 변화, 언론사와 이용자 간 소통의 방법론, 기자 개인기에 의존한 신규 플랫폼 대응이란 측면에서 과제를 남겼다.


클하가 언론계에 던진 가장 근원적인 고민은 기자의 역할론이다. 뉴스를 제작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던지는’ 방식은 클하에서 유효하지 않았다. 플랫폼이 강제하는 의사소통 체계 자체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오가는 실시간 대화를 전제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언론과 기자가 요구받을 수 있는 역할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사IN은 지난 3월부터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들이 그주 마감을 마친 기사,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독자와 소통하는 ‘마감 후토크’를 매주 1회 진행하고 있다. (왼쪽) 한겨레21은 특집호 ‘체인저스’와 관련해 이달 초 클럽하우스에 방을 열었다. 사진은 다음달 3일 ‘주4일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클하 방 개설을 예정한 한겨레21의 공지.

박다해 한겨레21 기자는 이를 “청취자와 전문가(또는 기사 당사자)를 잘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이란 말로 표현했다. 한겨레21은 변화를 만들어 가는 21명의 인터뷰이를 선정해 만든 특집호 ‘체인저스’에 대한 뒷북수다를 푸는 방을 지난 6일 연 바 있다. 성소수자 김규진씨, 한겨레21 박다해·황예랑 기자, 정은주 편집장이 참여한 가운데 스무명 가량의 이용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박 기자는 “1시간 정도 진행했는데 처음 들어오신 분들 중 누구도 나가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놀랐다. 질문도 네 분 정도가 끝없이 해주셔서 꽤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자들이 한두마디 하는 것보다 인터뷰 당사자가 한마디 해주는 게 훨씬 좋았다. 청취자들이 만나고 싶어한 사람도 김규진씨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두 달 넘게 오전5시 클하에 ‘모닝 루틴방’을 열고 28일 50회차를 끝으로 종료하는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클하가 남긴 과제로 “어떤 플랫폼에서도 기자가 정보생산자이자 매개자로서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클하의 모더레이터는 과거 수직적인 의사소통 체계의 사회자 역할이 아니라 오디언스-정보 사이에서 매개와 진행을 하며 이해를 돕는 길라잡이 역할”이라며 “전문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선점한 영역이지만 정보와 취재원 접근이 가능하면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눈이 있는 기자들이 잘 할 수 있는 지점인 만큼 이 역할을 어디까지 상상하고 적용할지가 화두”라고 했다.


클하는 기자-이용자 간 소통의 방법론에도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간 포털뉴스 댓글, 간헐적인 오프라인 미팅을 제외하면 우리 언론에 희소했고, 미숙한 영역이다. 직접적인 소통의 과정은 기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지만 언론불신이 큰 시기 불특정 다수 독자와의 만남은 ‘트롤링’ 위험도 담보한다. 지난 3월부터 클하에서 매주 소속 기자와 ‘마감 후토크’를 진행해 온 김동인 시사IN 기자는 “독자와 접점을 넓히는 건 중요한 가치지만 언론사로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시간 대화에서) 갑작스레 ‘너네 매체 공식 입장이 뭐냐’고 물을 수 있고 소송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사전에 ‘이런 리스크가 있고 그 경우 이렇게 대응하겠다’고 준비를 해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구현되는 콘텐츠 특성상 참여 언론인의 공적, 사적 경계가 흐려질 수밖에 없는 점도 고민의 갈래다. 개인 의견이 소속 언론사의 공식입장으로 여겨져 매체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클하 초기 주요 뉴스를 브리핑하고 참여자와 의견을 나누는, ‘ASMR뉴스’방을 운영한 이선영 MBC 아나운서는 “저는 개인이기도 하지만 직업인이지 않나. 뉴스 이슈를 다루다가 저도 모르게 정치적 성향이 말에서 녹아나는 경우가 있었고 어떤 분들이 듣기엔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신규 플랫폼에 대응해 나온 시도가 다양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남는다. 언론사가 클하에서 선보인 콘텐츠는 특정 이슈나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 혹은 수다’, ‘주요 뉴스 브리핑’ 등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실시간 대화’란 형식이 콘텐츠 포맷을 단순화 시켰고, 클하 열풍이 너무 빠르게 식어 새 시도가 나오기 어려운 측면은 있었지만 이는 언론사 차원의 대응이 미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상당수 시도는 관심 있는 기자 몇몇의 개인 차원에서 준비되고 실행된 경우가 많았다.


박다해 기자는 “클하가 정답인진 모르겠지만 시도와 경험을 통해 공급자 위주 관점을 벗어나 수용자를 더 이해하는 경험이 되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며 “오는 3일 ‘주4일제’를 주제로 방을 연다. 앞으로도 얘기해볼만한 콘텐츠가 있거나 필진·인터뷰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우 간헐적으로 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동인 기자는 “일로서 보다는 재미로 시작했고 구성원들에게 체험을 시키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채널은 있는 대로 많이 해보고 계속 할지말지 빨리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접속 숫자가 급격히 떨어져 계속 운영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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