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4번째 도전... "수신료 비중 70%까지 올려야"

광고수익 반토막, 유휴재산 팔아 사업손실 채워… KBS 측 "월 1000~1500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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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40년째 제자리걸음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07년, 2010년, 2013년에 이어 네 번째 도전이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엔 KBS 이사회에서 1500원 인상안을 의결, 이듬해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통과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된 바 있다. 수신료는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뒤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KBS의 구조조정 등 경영혁신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 보도 참사 등 KBS의 공정성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5기 방통위에서 수신료를 포함한 미디어 재원 구조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수신료 인상에 공감대가 큰 여당이 방통위는 물론 국회의 다수를 점한 지금의 상황이 KBS로선 적기인 셈이다. 게다가 내년 4월엔 ‘준 대선급’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하반기부턴 대선 정국으로 들어선다. 향후 1~2년 정치권이 ‘선거판’으로 돌아가면 수신료 인상안 등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할 기회조차 잡기 어려워진다. 21대 국회 임기 내에 수신료 인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KBS 내부 사정을 보더라도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KBS는 지난해 75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그 전년도엔 585억원 적자였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대규모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선 16억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송·수신소 부지 매각으로 사업외수익이 전년 대비 540억원 가까이 늘어난 덕분이다. 유휴자산 매각으로 사업손실을 메워야 할 만큼 KBS의 재정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광고 수입 급감이 직격탄이었다. 지난해 지상파 전체 광고시장 규모가 201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KBS 광고 수입 역시 5000억원대에서 2500억원대로 반 토막 났다. 반대로 수신료 수입은 소폭 상승했다. 2013년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할 당시만 해도 수신료보다 광고 비중이 높다는 게 수신료 인상의 걸림돌로 여겨졌는데, 정확히 그해를 기점으로 수신료와 광고 비중이 역전됐다. 2010년 KBS 전체 매출에서 41.2%를 차지했던 수신료 비중은 2019년 49.2%까지 상승한 반면, 광고 비중은 42.7%에서 18.7%까지 추락했다. 광고 수입이 계속 줄어들면 두 수입원의 점유율 차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KBS는 줄어든 광고 수입을 수신료 인상으로 보전해 재원 구조의 공영성과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KBS가 생각하는 수신료 적정 인상액은 얼마일까. KBS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액은 확정되지도 않았고 확정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KBS 경영진이 수신료 인상액을 제안해도 이사회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과거 경험 등을 참고할 때 대략 3500~4000원선에서 정해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현재 수신료가 2500원이니 월 1000원에서 1500원 정도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양승동 사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KBS가 명실상부하게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비중이 7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지난해 매출액과 수신료 수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달 1000원 정도 올리는 셈이 된다. 2013년 수신료 인상 추진 당시와 비슷하거나 적은 금액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이마저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준조세 성격인 수신료를 소폭이나마 올리는 것은 정부·여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 KBS에 단골처럼 요구되는 선결 과제도 있다. 따라서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몸집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올해 들어 세 차례의 긴축조치를 통해 300억원의 예산을 아꼈고, 2023년까지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해 현재 35% 수준인 인건비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올해 임금도 동결했다.


한편으론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을 호소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KBS는 최근 ‘국민안전 중심채널’로 슬로건을 바꾼 데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1주일간을 산업안전 특별 편성주간으로 정하고 ‘더 나은 삶, 안전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다양한 보도와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기도 했다. 수신료 조정안에서 중요한 화두 역시 ‘안전’이다.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와 차별적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 가겠다는 전략이다.


‘공적책무 강화와 수신료 현실화’라는 경영목표(안) 아래 수립된 내년도 종합예산(안)과 방송기본계획(안)은 KBS 경영회의 의결을 마쳤으며,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다. KBS는 이달 말 수신료 조정안의 이사회 상정을 앞두고 오는 17일 공영방송 KBS의 공적 책무 등을 논의할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KBS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무슨 수신료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일종의 사회 안전망으로서 국가·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함께 대책을 모색하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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