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제판 지원금 축소 결정… 언론사들 온도차

감소폭 3~4억원대 추산… 당기순익 수천만원부터 10억대까지 회사마다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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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주제판 편집을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하고 주제판 운영사들에 매년 지급하던 지원금을 줄이는 방향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개편안의 현실화는 네이버 주제판을 운영하는 네이버·언론사 합작회사들의 독립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언론사 등이 합작해 출범한 조인트벤처 대표들은 지난달 네이버 고위 관계자와 만나 주제판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협회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이 관계자는 현재 주제판 콘텐츠 편집에 일부 적용 중인 네이버 인공지능 기반 추천 시스템 AiRS(에어스)를 내년 하반기부터 전면 도입하는 개편 방향성을 언급했다. 네이버는 주제판에 실리는 콘텐츠 생산과 편집, 운영비 등 명목으로 조인트벤처들에 매년 10억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향후 에어스로 편집을 자동화하면서 그만큼의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감소폭은 각 3~4억원대로 추산된다.


네이버 이용자들이 선택해 구독할 수 있는 주제판 아이콘들. 2016년 조선일보 잡스엔(JOB&)을 시작으로 현재 언론사 13곳이 네이버와 합작회사 형태로 각 주제판(직업, 여행, 영화, 디자인, 중국, 비즈니스, 공연전시, 농업, 스쿨, 연애결혼, 테크, 동물, 법률 등)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이용자들이 선택해 구독할 수 있는 주제판 아이콘들. 2016년 조선일보 잡스엔(JOB&)을 시작으로 현재 언론사 13곳이 네이버와 합작회사 형태로 각 주제판(직업, 여행, 영화, 디자인, 중국, 비즈니스, 공연전시, 농업, 스쿨, 연애결혼, 테크, 동물, 법률 등)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주제판 개편안에 대해 “방향성을 논의하는 중이어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개편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고위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지원금 일부 삭감 가능성을 전해들은 조인트벤처 대표들 사이에선 당장 수익 하락에 대한 걱정이 나온다.


A 조인트벤처 대표는 “네이버 지원금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왔지만 저희는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주제판 운영사로서 편집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 권한이 사라지면 네이버 블로거와 별다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트벤처에 참여한 또 다른 언론사의 B 임원은 이들 회사 가운데 네이버 밖에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곳들이 개편 여파로 휘청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임원은 “2016~2017년 설립 당시 조인트벤처는 네이버가 필요한 콘텐츠 생산과 공급이 주된 업무였다. 시간이 흘러 네이버가 이제 우리에게 의존하지 말고 우리가 내려준 뿌리를 기반으로 각자 사업을 키워가라는 것”이라며 “그동안 외부로 사업을 넓히지 못하고 순수 콘텐츠만 생산하던 회사들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다들 본사와 별도로 정규직원을 고용했는데 수익이 적은 곳들은 지원금마저 줄면 인건비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참여한 조인트벤처 13곳의 수익은 회사에 따라 격차가 크다. 지난해 13개사는 당기순이익에서 모두 흑자를 냈지만 여행+(매일경제·15억6500만원)와 잡스엔(조선일보·10억원)만 10억원을 웃돌았다. 동그람이(한국일보·3억4000만원)는 전년대비 286%, 인터비즈(동아일보·7억4100만원)는 86%나 당기순익이 뛰어올랐다. 반면 법률앤미디어(머니투데이)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2400만원, 아티션(경향신문)은 8300만원, 씨네플레이(한겨레)는 9600만원에 그쳤다. 네이버 지원금 3~4억원 감소가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C 조인트벤처 대표는 “초기보다 주제판으로 유입되는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 실제 개편이 적용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네이버 외에 다른 사업을 어떻게 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네이버는 이번 개편으로 자생하기 어려운 곳에 더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 조인트벤처의 대표는 이번 개편이 오히려 언론사들에 기회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조인트벤처 설립 후 지난 3~4년간 네이버의 금전적 지원을 떠나 언론사 내부에서 이런 사업을 해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생겼다”며 “언제까지 네이버 안에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지원금 일부 삭감이) 위기이긴 하나 한편으론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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