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신문·TV로 뉴스 봅니까… 언론만 침묵하는 불편한 진실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① 당신은 왜 뉴스를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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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해 6월1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담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해 6월1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담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언론이 보도하면 독자가 수용하던 시대는 끝났다. 독자는 언론 못지않게 정보의 잘잘못을 꿰뚫고 적극적으로 구독하거나 유통하며 때론 후원도 한다. 언론이 ‘공급자’ 관점을 벗어나 독자 있는 곳으로 내려와야 하는 까닭이다. 기자협회보가 신년기획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언론을 바라보는 독자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고 독자와 간극을 좁히기 위한 언론사의 노력을 들여다본다. 독자의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을 점검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자들의 활약상도 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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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 앞에 놓인 신문을 읽고, 저녁이면 TV 앞에 앉아 저녁 뉴스를 보던 때가 있었다. 플랫폼이라곤 그것이 전부였던 시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 대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종이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찾았고 당시 세대에겐 그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특히 인터넷이 뉴스 소비의 주요 창구가 되면서 전통 미디어들은 눈에 띄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1993년 87.8%에서 2018년 17.7%로 급감해 종이신문을 읽은 이와 읽지 않은 이의 비율이 거의 정반대가 됐고, TV 뉴스 이용률은 그보단 낫지만 2010년대 들어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50분대에서 30분대로 뚝 떨어졌다. 독자, 시청자들이 종이신문과 TV에서 이탈해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간 영향이었다.


뉴스 이용행태도 크게 변했다. 뉴스를 찾아 읽기보다 포털이 메인에 편집한 뉴스, 지인이 SNS를 통해 공유한 뉴스,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가 된 뉴스 등을 선별해 읽는 사람이 다수가 됐고, 그 한 줌의 뉴스만이 독자, 시청자들에 직접 도달하는 시스템이 됐다. 혹여 기사가 가진 고유한 형태 때문일까. 전통 미디어들이 카드뉴스부터 동영상까지 여러 콘텐츠들을 시도하고, SNS 등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그러한 방식이 옳다는 신호는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의 사기도 그만큼 땅에 떨어졌다.
전통 미디어는 독자를 되찾을 수 있을까. 독자, 시청자들은 전통 미디어가 가진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에 그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만약 그렇다면 전통 미디어들은 무슨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까. 기자협회보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 각 언론사별 독자권익위원회, 시청자위원회에 있는 전문가, 일반 독자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왜 뉴스를 보시나요?
“제가 이번에 마흔이 되는데 30~40대 주위 여성들에게 물어봤어요. 남편이 보든 자기가 보든 혹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그런데 한 명도 없었어요. 다 포털에서 본다고 하더라고요.” 주부이자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인 안지애씨는 주위에서 전통 미디어로 뉴스를 챙겨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인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도 “대학생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데 집에서 신문 보는 사람, 저녁에 TV로 뉴스 보는 사람이 있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한 명도 없었다”며 “수업 후 들어오는 강의평가를 보면 ‘덕분에 뉴스를 보게 됐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사IN 구독자인 허신행씨도 “제 친구들 9명 중에 신문을 챙겨보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며 “그 친구 말고는 활자를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유튜브, 넷플릭스에 볼 게 많은데 기사를 왜 보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반면 독자권익위, 시청자위에 있는 위원들은 어느 누구보다 전통 미디어의 뉴스를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었다.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원래부터 습관적으로 전통 미디어의 뉴스를 챙겨본다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위원들은 자신들의 구독 행태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위원들조차 모두 종이신문, TV로 뉴스를 보지는 않았고, 일부 위원들은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뉴스를 보거나, 모바일로 특정 언론사를 챙겨봤다. 뉴스 구독 시간에도 차이가 있어 하루 한 시간 이상 공들여 뉴스를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관심사인 뉴스만 훑어보는 위원들도 있었다.


찾는 시간과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전통 미디어의 뉴스를 보는 이유는 비슷했다. 인터넷 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돈되고 깊이가 있다는 것이 첫째 이유였다.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회 위원인 권성철씨는 “정보를 얻고 싶은데 인터넷 기사는 일회적 성격이 강하고 책임감이 없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도 정확히 나와 있지 않고 정보도 한정적”이라면서 “반면 전통 미디어 기사에는 책임감과 깊이가 있다. 사건이 발생한 원인도 제대로 취재해 쓴다”고 말했다.


어떤 플랫폼보다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전통 미디어를 찾는 이유 중 하나였다.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인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전통 미디어들은 공익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취재한다”면서 “개인의 관심사나 성향에 맞춘 가벼운 뉴스가 아니라 조금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통 미디어의 시각이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기준점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지애씨는 “기사를 생산해내는 주체가 너무 많아지면서 사안에 대한 시각도 넘치는 것 같다”며 “그래서 기준점이 필요해진 것 같다. 특정 언론사를 마지노선으로 두고 그 언론사의 시각에서부터 사안을 바라보면 좀 더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해 전통 미디어를 찾는다”고 했다.


◇마음에 안 드는 이유, 수만 가지
다만 위원들은 전통 미디어가 내보내는 기사들에 100% 신뢰를 보내지는 않았다.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인 박홍빈씨는 “옛날에는 신문이 완벽한 진실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사의 반은 믿고 반은 거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위원들은 전통 미디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이유를 수없이 열거하며 이로 인해 독자와 시청자가 전통 미디어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첫째 이유는 낮은 품질이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레기나 가짜뉴스 논란이 신뢰도 상실의 원인이 아니다”면서 “진짜 이유는 낮은 품질의 기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기사를 쓰면서 반응이 좋길 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의 기자들은 기사를 너무 빨리, 많이 쓴다”며 “요즘 기사는 아무리 길어도 3~4분, 1~2분이면 다 읽는다. ‘쓰려고 애 썼네’ 정도의 생각만 들 뿐 충분한 정보도, 맥락도 없다”고 말했다.


속보 경쟁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박홍빈씨는 “특종과 속보가 중요하다 보니 ‘속도 싸움’ 때문에 기사의 깊이가 얕고 실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기자들이 놓치는 지점도 많은 것 같다. 다양한 측면에서 사건을 탐구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정 정책위원도 “단순히 ‘최초’ ‘단독’으로 뉴스를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확인이 덜 된, 미완성된 보도를 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며 “누가 먼저 보도했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이미 경험했는데도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진실을 오염시킬 정도의 왜곡된 해석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위원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관심 있는 사안을 검색하면 많은 기사들이 같은 사실에 대해 다른 해석을 붙이고 있다”며 “이념이나 성향의 차이를 반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왜곡된 해석을 붙여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위원들은 이 때문에 보도자료 베끼기 식의 기사, 단순한 사실 전달 수준의 사건사고, 정치 기사를 가장 최악의 기사로 꼽았다. 박홍빈씨는 “신문에서 가장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기사가 그 전날 정치인들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사”라며 “이미 본 뉴스인데 굳이 다음날 신문 지면에 발언 그대로를 실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단편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긴 호흡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점검하는 기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정 정책위원도 “대형 사건사고가 아닌 빈번하게 일어나는 화재사건, 교통사고 기사는 보도한 이유는 이해하지만 조금 줄여도 될 것 같다”며 “연예인들의 가십보도도 모두가 다 알아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기 있는 아이돌의 마약 투여라든지 연예인의 개가 식당 주인을 물었다 식의 보도,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짤방, 짤뉴스 같은 것들을 방송뉴스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렇게 써야 한다
대신 위원들은 이야기가 있는, 맥락이 있는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이준웅 교수는 “출입처에 앉아 취재 통제를 열심히 지키며, 쓰라는 것만 써서는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기자는 묻는 직업 아니냐”면서 “사건 기사를 쓰더라도 기록만 보는 게 아니라 한 달이 걸리더라도 당사자를 만나고 인터뷰를 해 기사를 써야 한다. 묻힌 얘기들을 파내고 그 이야기를 최소 200자 원고지 10매 이상으로 써내는 기자, 또 좋은 인터뷰를 위해 비행기 티켓을 선뜻 끊어줄 수 있는 언론사가 되어야 독자들도 돈을 내고 기사를 구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탐사보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덕환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산 형성 과정을 정말 어마어마한 깊이로 심층 보도한다”며 “기사의 양도 엄청나고 투입된 기자의 규모와 취재 범위가 상상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 종이신문에선 그런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고 방송사의 특화된 프로그램도 상당 부분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허신행씨도 “인터넷 기사에 비해 주간지의 기획기사, 심층취재, 르포들이 주는 여운은 상당하다”면서 “머릿속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인터넷 기사와의 차별성이 바로 그 지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철씨 역시 “한겨레21의 ‘끈질기게 끝까지’라는 코너처럼 일회성 기사보다는 심층적,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사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이러한 심층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여러 콘텐츠들 중 전통 미디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열쇠라고 봤다. 박홍빈씨는 “전통 미디어가 디지털 시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지만 뉴스의 성격과 유형을 바꾼다면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긴 호흡을 갖고 정보를 탄탄하게 보완해 내보내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 앞에서 한가한 소리?
그러나 이 같은 위원들의 지적이 디지털 시대 무한경쟁에 내몰린 전통 미디어들에겐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좋은 기사가 많이 읽힌다’는 명제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탐사보도, 기획기사만 고집할 수 없는 게 현실이어서다. 위원들도 이런 지점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안지애씨는 “저의 경우 신문이 점점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실제 신문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머리에서 쉽게 휘발되는 디지털 기사를 계속 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제 또래의 사람들은 더 심각할 거라 본다. 다들 디지털에서 관심 있는 기사만 찾지, 굳이 신문에서 진지하고 심오한, 어려운 기사를 보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생존의 문제와 그것이 옳은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면서 “전통 미디어가 노골적으로 독자, 시청자에만 맞춰야 하는가. 심오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독자, 시청자가 계속 읽고 싶은 내용과 문체, 계속 보고 싶은 형식의 콘텐츠를 생각해내고 생산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웅 교수도 “전통 미디어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간답시고 인사이트처럼 예쁜 사진 얹고 자극적 제목 달면서 쓰는 게 맞는 방법이냐”면서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언론사는 취재를 잘 해서 좋은 글을 쓰는 곳이다. 다만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뉴스가 있는데 취재하고 있다’는 식의 예고편 기사로 이슈에 대응하고 본편 기사는 일주일 정도 심층적으로 취재해 내보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누가 돈 내는 독자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독자 데이터베이스를 꾸준히 쌓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상임활동가도 “SBS 같은 경우 ‘스브스뉴스’와 SBS 뉴스를 따로 또 같이 끌고 가지 않나. 한쪽에서는 트렌드에 맞게 치고 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묵직하게 뒤를 받쳐주는 상호관계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런 경우 좋은 결과가 있다”며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독자, 시청자들이 끊임없이 뉴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전통 미디어가 과감하게 진출해야 한다. 유튜브에서도 기자가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는 등 기존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통합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언론사 내부에서 인력 시스템과 제작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위원들은 지적했다. 김수정 정책위원은 “뉴스를 콘텐츠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이 커진 것뿐 기존 뉴스가 위협을 받고 있는 건 아니다. 전통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관행 때문에 내부적으로 인력 시스템, 제작 방식들을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플랫폼이 다양해졌다고 생각하고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욕심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이 기사는 소설희(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표선우(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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