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8년 "복직해서 좋은 뉴스 만들고 싶다"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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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될까?’ 싶었죠. 막상 스크린을 통해 보니까 전체 메시지가 쿵하고 와 닿더라고요. 한국 사회에서 언론 상황이 어떻게 후퇴를 했는지, ‘아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여있었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어요. 굉장히 긴 호흡의 영상이 응집력을 가지며 힘을 분출하더라고요. 메시지에 압도됐다고 할까요.” (YTN 기자)

 

스크린 속 선배들의 모습에 울컥했어요. 우리들의 이야기잖아요. 당시 함께 싸웠던 기억들, 잊혀 질 법도 한데 영화를 보니까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고요. MBCYTN이 어떻게 무너지게 됐는지 내부 기자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잘 알려지지 않아서 속상했는데 영화가 어느 정도 해소해주면 좋겠어요.” (MBC 기자)

 

지난 20086명의 YTN 기자가 해직됐다. 이명박 대선후보 특보출신인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4년 뒤 MBC에서도 김재철 사장 체제의 불공정 방송에 저항해 170일간 장기 파업을 펼치다 수십여 명의 기자들이 해고와 징계를 받았다.

 

해직언론인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담겼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첫 선을 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김진혁 감독과 박성제, 현덕수 해직기자, 박진수 노조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지난한 투쟁의 시간을 되짚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김진혁 감독과 박성제, 현덕수 해직기자, 박진수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개봉 앞두고 심정이 어떤가

해직기자 기간이 오래되다보니 큰 이슈에 묻혀서 부각되지 않았는데 이번 계기로 언론계 현실이 상기됐으면 한다. 또 해직기자처럼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내쳐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현덕수 YTN 해직기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

암흑기에도 싸우는 사람들, 질 걸 알면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은 언론인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해직언론인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이 모든 사단이 마무리되는 상징성이 될 거라 생각한다.”(김진혁 감독)

“MBC의 보도가 무너진 건 굴종해서가 아닌, 기자와 PD들이 쫓겨나서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박성제 MBC 해직기자)

촛불 집회 때 시민들이 MBCYTN 기자들에게 방송 관두라고 하시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한 때는 국민의 박수를 받은 언론사였는데, 이렇게까지 무너졌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영화를 통해 거리에서 느꼈던 비애감이 전달됐음 한다.”(현덕수 YTN 해직기자)

    

▲김진혁 감독과 박성제 MBC 해직기자.

-영상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해직언론인이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어색했다. 처음에는 취미였는데 해직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새 직업이 돼버린 거 아닌가. 나는 아직도 스피커 만드는 장인보다 기자가 맞는 것 같다.”(박성제 MBC 해직기자)

평소 점잖고 신중하다란 소리를 듣는데 영화 속에서는 과격한 이미지로 나온다. 1년이란 파업 기간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분명했다. 영화를 통해 YTN 동료들도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현덕수 YTN 해직기자)

복직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는 내 자신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슬펐다. 아마 영상을 본 YTN 동료들은 모두 눈물을 쏟았을 거라 생각한다.”(박진수 YTN 노조위원장)

 

-권력 비판 보도에 소극적인 현 언론에 대해서

가장 쓰레기 같은 언론으로 MBC가 꼽히는 상황이 돼버렸다. 새로 태어나려면 시민들의 비난을 항상 간직하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박성제 MBC 해직기자)

정언유착이 강도 높게 아주 저변에 넓게 깔려있어서 언론이 언론으로서 작용 못했다. 정언 유착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정권 책임자와 부역자의 탓이라고 생각한다.”(현덕수 YTN 해직기자)

내부의 패배의식과 자기검열이 만연해져 정상화했을 때 언론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우려는 있지만,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박진수 YTN 노조위원장)

 

▲현덕수 YTN 해직기자.

-정권의 언론 지배, 해법은

누군가 해고되면 자연스럽게 주변인들이 위축된다. 위축감은 기레기를 만드는 자양분이기도 하다. 해직언론인이 복직되는 것 자체가 이러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김진혁 감독)

지배구조개선법안을 통과시켜 사장을 중립적 인물로 선발해야 한다.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가 필수다.”(박성제 MBC 해직기자)

내부 구성원과 시민사회 등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진을 선임하고, 시청자위원회를 통해서 지속적인 보도 감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현덕수 YTN 해직기자)

 

-복귀하면 어떤 걸 하고 싶나

쫓겨나있는 후배들을 다시 불러들여서 뉴스를 새롭게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 언론 밖에서 뉴미디어 등 언론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운 만큼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박성제 MBC 해직기자)

비정상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동료들과 남아있는 열정을 불태워서 전성기 때의 YTN을 부활시키겠다.”(현덕수 YTN 해직기자)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

-관객에 한마디

언론이라는 주제를 다루다보니 딱딱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굉장히 열정적으로 일을 사랑하는 멋진 남자들의 이야기고, 쓰러지면서도 웃고 다시 일어서는 휴먼 다큐다. 연인, 가족과 와서 보면 힘을 받을 것이다.”(김진혁 감독)

 

-후배들에 한마디

탄핵과 함께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MBC를 옥죄었던 큰 줄기는 끝날 것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자들이 일어서서 겁먹지 말고 싸우는 해가 됐음 한다.”(박성제 MBC 해직기자)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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