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취재로 문제 실체 제대로 전달해야”

  이종수 지회장  
 
  ▲ 이종수 지회장  
 
기자들 사이에서 기피되는 용어 가운데 하나는 구문(舊聞)일 것이다. 열심히 취재해도 뉴스가 못되니 헛 힘만 쓴 꼴이 되고 이미 알려진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책잡히기 쉬우니 말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구문이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어 이래저래 공박받기 십상인 것이다. 지난호 (11월 3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YTN 안팎으로 불만·불안’기사의 내용 가운데 “SBS에만 10여명의 YTN 출신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인용문은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위험성이 내포된 구문중 구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기사는 YTN 기자들이 상대적 저임금과 고된 노동환경으로 타 언론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며 한 기자의 입을 빌려 “SBS에만 10여명의 YTN 출신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YTN 기자들이 SBS로 옮겨간 시기는 오래는 9년 전, 가장 최근이라 해도 2년전이다. 지난 1995년 YTN 개국 당시 SBS 기자들이 YTN으로 이적하면서 SBS가 맞대응으로 치열한 영입노력을 기울여 YTN 경력기자 5명 가량이 직장을 SBS로 바꿨다. 이후 1998년 IMF로 YTN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 기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낄 때 공채기자 2명이 SBS로 옮겼고 이어 지난 2000년과 2002년 각각 공채기자 1명씩이 SBS로 갔다.

사실이 이런데도 오래된 이직 사례들을 한데 싸잡아 놓고 보니 마치 YTN 기자들이 지금 직장을 선뜻 옮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KBS도 장기간의 군사정권시절 한때 적지 않은 기자들이 이직을 하거나 직장을 바꾼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만약 KBS가 요즘 들어 경영이 조금 나빠진 점과 과거 이직 사례들을 싸잡은 인용문을 한데 묶어 기사화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런 기사를 읽는 사람 가운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사실에 맞지 않는 왜곡된 인상을 받지 않겠는가.

혹자는 인용문이란 점을 들어 기사의 오류를 감싸려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용문도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의 맥락에서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용이 혹시 불확실한 내용과 소홀한 취재를 어물쩍 덮기 위해 오용되고 있지는 않은 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YTN이 상대적으로 특히 지상파 3사에 비해 임금이 많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또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 방송사에 비해 노동강도가 더 센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낸 YTN은 남대문 시대를 열고 지상파 DMB 등 신규사업 진출과 종합미디어 그룹으로의 도약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제로 지적한 기사 가운데 또 다른 대목에서는 다른 케이블TV 보도채널이 YTN과 경쟁에 나서 YTN이 외부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과연 얼마나 되는 YTN 보도국 기자들이 다른 케이블TV 보도채널의 종합뉴스 채널 전환 노력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지도 의문인 마당에 보도국에 ‘불안 심리’가 확산돼 있다는 식의 ‘주장’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상당수의 YTN 보도국 기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방송매체에 종사하는 이들이 느끼는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본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경쟁력 있는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같은 외부적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해서 우리의 영향력과 위상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란 근본적인 불안이다. 그래서 보도국장 연임을 계기로 지난달 초 기자협회 주최로 <보도국장과의 대화>를 열고 이에 대한 타개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호에 인용된 YTN 기자가 언급한 부분을 포함해 대부분 제기되고 있는 불만과 불안은 YTN이 메이저 언론사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미래를 향한 진통이고 진지한 건설적 비판의 성격을 띤 것이다. 기자협회보가 언론사의 속사정을 파악해 애정 어린 비판을 해온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단편적 문제제기를 중론으로 잘못 파악해 그 실체를 놓치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사안을 보지 않나 해서 아쉬운 경우도 종종 있다. 이종수 기자협회 YTN지회장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