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언론에 보낸 비밀통신문' 584건 공개
민언련, '보도지침' 원본 자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2020.06.09 10:47:25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관련 보도지침(1986년 7월16일). 민언련 제공
‘금일 하오 4시 검찰이 발표한 조사결과 내용만 보도할 것’ ‘동 사건의 명칭을 ‘성추행’이라고 하지 말고 ‘성모욕행위’로 할 것.’ 1986년 7월16일 전두환 정권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관련해 각 언론사에 내려보낸 보도지침의 한 대목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김서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가 8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열었다.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문화공보부에서 각 언론사에 하달한 기사작성 지침으로 전두환 군사정권의 대표적 언론통제 수단이었다. 이날 기증식에는 보도지침 자료를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 제보한 김주언 당시 한국일보 기자와 보도지침 폭로사건 실행을 총괄한 신홍범 당시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실행위원, 보도지침 사료를 기증한 임상택 전 월간 <말> 상무가 참석했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보도지침’ 사료는 1986년 9월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발간한 기관지 <말> 특집호 <보도지침, 권력과 언론의 음모-권력이 언론에 보낸 비밀통신문> 원고 원본이다. 1985년 10월19일부터 1986년 8월8일까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보도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 편집국 간부에게 전화로 지령한 메모 형식의 자료 584건이다. 이번 사료 공개는 임상택 월간 <말> 상무가 보안을 위해 별도 보관해오던 ‘보도지침’ 원고 원본을 작년 12월 민언련에 기증하면서 이뤄졌다.
1986년 <말> 특집호를 통해 보도지침이 공개된 이후 당시 김태홍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신홍범 실행위원,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는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누설죄, 외교상 기밀누설죄, 이적표현물 소지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국가모독죄 등으로 구속 기소되었고, 9년 후인 1995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언련이 보관하던 보도지침 사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이관된 뒤 향후 정리 작업을 거쳐 사료정보 서비스인 오픈아카이브(https://archives.kdemo.or.kr)를 통해 시민에 공개된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에서 김서중 민언련 상임 공동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임상택 전 월간 '말' 상무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