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인데 폐업한 경기방송, 전 직원 정리해고

20여명 일괄해고… 노조 “부당폐업·부당해고 대주주 심판하겠다”

  • 페이스북
  • 트위치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가 7일 수원 영통구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부당폐업과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가 7일 수원 영통구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부당폐업과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늘이 오고야 말았다.”

경기방송이 폐업 결정 52일 만에 직원들을 일괄 정리해고했다. 경기방송의 경영직 일부 종사자와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노조원 18명은 모두 오늘(7일)부로 ‘해직자’가 됐다. 노조는 위장폐업에 따른 부당해고라고 반발하며 직장폐쇄에 맞서 소송 등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7일 수원 영통구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부당폐업과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주영 경기방송지부장은 “지난 2월 단 4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폐업을 결의한 뒤 전 직원을 해고하는 데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상의도, 청취자들과의 의리도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경기방송은 개국 이후 23년간 단 한 번도 적자였던 적이 없다”면서 “현 사주가 주장하는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일괄해고라는 설명을 단 1%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은 20여명의 언론노조 조합원이 해직된 날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해직된 언론인이 21명이었는데, 한꺼번에 한 사업장에서 20여명의 조합원이 해고된 것”이라며 “부도덕한 대주주가 노조의 경영간섭과 지자체의 언론탄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사내유보금을 빼돌려 이익을 편취하고 청취자를 깡그리 무시한 채 폐업을 강행했고, 관련 법령 미비를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무 손도 대지 못한 채 폐업과 해고라는 상황을 맞았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나 “뒤돌아볼 여지 없이 새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며 “국민과 도민의 주파수를 다시 살려내고 공적 지배구조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경기방송을 만들 그 기간, 그리고 해고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방송 조합원들도 새 방송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역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도민들의 지지 없는 새 방송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민들을 향한 지지 요청과 하소연도 이어졌다. 경기방송 개국과 함께 신입 기자로 입사해 23년 만에 해고당한 최일 조합원은 “이윤만 추구하고 방송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 의해 경기방송이 건물만 남은 채 문을 닫아버렸다”며 “경기도민들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다시 도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방송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 지역민의 청취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3월30일자로 방송이 정파된 데 이어 5월7일자로 일터마저 잃은 경기방송 노조원들은 노조 사무실만이라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조 규약에 따르면 폐업 시 노조도 해산하게 돼 있지만, 폐업이 부당하기 때문에 해고와 직장폐쇄도 부당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법정 대응도 검토 중이다. 경기방송지부는 “사측이 노조 활동의 근간인 노조사무실마저 폐쇄하려 하고 있다. 해고 이후의 첫 임무는 노조사무실을 지켜내는 일”이라며 “이를 통해 사익을 챙기기 위해 부당해고와 위장폐업을 자행한 대주주를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방송지부는 또 이날 낸 성명에서 방통위를 향해 “먹튀 방송사업자를 막을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며 “지역 방송의 존재 이유, 경기도민의 청취권 보호를 인식하지 못하는 방송사업자에게는 철퇴를 내릴 수 있는 근거법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