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여명의 직원, 평균 나이는 32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포털 ‘인민망(人民網)’의 현주소다. 중국 언론이 젊고 발랄해졌다. 신문지면 중심이던 뉴스 플랫폼이 모바일 앱이나 웨이보(微博), 웨이신(微信·위챗) 등 SNS로 대거 이동했고, 기사 형식도 활자 기반에서 동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음성뉴스 등으로 다채로워지는 추세다.
지난 1~8일 한국기자협회 대표단 8명이 찾은 중국 각지의 언론사는 하나같이 혁신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인민망은 중국 언론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997년 10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온라인 사이트가 10여년 만에 국내 30개, 해외 11개 지사를 가진 언론이 됐다. 출범 당시 인민일보 지면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기는 데 그쳤던 인민망은 이제 하루 4억명의 방문자를 보유한 주요 채널로 자리잡았다. 인민일보의 기사를 신문보다 먼저 인민망에 공개하는 경우도 적지않고, 웨이보와 위챗 등 중국 내 SNS에도 별도의 계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기사를 공급한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지난 7일 귀주일보그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베이징의 광명일보사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즐겨읽는 광명일보 역시 광명망(光明網)을 주력매체로 키우고 있다. 광명일보 관계자는 “2013년 중국 내 스마트폰 가격이 800위안(13만500원, 현재환율기준)대로 떨어지면서 사용자수가 급등했다”며 “2014년부터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가 PC를 앞섰고 현재는 90%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한다”고 말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20~30대의 젊은 기자와 개발자들이다. 광명망 직원의 평균나이는 32세로 인민망과 같다. 모바일과 친숙하고 동영상, 애니메이션으로 콘텐츠를 소비해온 세대라 제작에 대한 부담도 덜 느낀다.
광명망은 모바일 접속이 많은 시간대에는 뉴스를 짧게 전하는 라이브방송을 하고, 15~30초의 짧은 동영상 위주로 뉴스를 전한다. 기자들이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앱으로 간단하게 편집해 생생한 뉴스를 공급하는 식이다. 광명망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동영상은 50인치 TV에서 보는 다큐멘터리만큼 고품질일 필요가 없다”며 “속도감과 현장감이 있는 짧은 영상만으로도 독자의 주목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남서부 윈난성(雲南省·운남성)의 운남일보그룹, 구이저우성(貴州省·귀주성)의 귀주일보그룹 모두 “전통매체와 뉴미디어의 융합이 화두”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신문이 배달되지 않았던 산간벽지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기 때문”(운남일보 관계자)이다.
운남일보그룹은 중앙미디어센터를 운영한다. 취재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보내면, 센터에서 이를 기반으로 편집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기사를 재가공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보내는 식이다. 운남일보 관계자는 “운남일보그룹의 온라인 사이트인 운남망은 물론이고 위챗, 웨이보를 통해 하루 1000만명 정도의 독자가 기사를 접한다”며 “센터에서 기사에 기반한 라이브방송, SNS를 통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주일보는 기자가 취재, 기사작성, 기사편집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사작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나의 기사를 회사의 뉴스앱, PC와 모바일 사이트, 자사 공식 SNS계정 등 다양한 채널로 서비스하도록 권장한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의 매체로 만드는 것)의 시도다.
하지만 혁신에 대한 피로감, 급변하는 미디어시장을 마주한 기자들의 고통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귀주일보그룹의 왕찌엔밍(王建明·왕건명) 부사장은 “전통매체에서 일한 기자들이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워 한다”며 “내부교육을 계속해서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민망의 루오화 부편집장은 “미디어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기자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는데 처우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기자직종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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