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기다렸다는 듯 가처분소송…YTN 6년 만에 총파업
최 사장 "출근저지 투쟁으로 명예 훼손되고 업무 정지됐다"
노조 "사장 등 구체제 단절은 YTN이 당당히 일어서는 계기"
▲지난 25일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최남수 사퇴' 투쟁에 나선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200여명이 서울 상암 YTN 사옥 앞에서 방송기자의 상징인 마이크와 카메라, 노트북을 내려 놓는 퍼포먼스를 했다. (김달아 기자)
YTN 노조가 오는 2월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사합의 파기, 성희롱 트윗 등 부적절한 행적으로 사퇴요구를 받아온 최남수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더 이상 ‘YTN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파업은 역대 최고치인 79.57%(261명)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기자들이 모두 복직한 지 6개월 만에,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6년 만이다.
YTN 노조는 지난 25일 ‘최남수 퇴진을 위한 YTN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고 최 사장이 31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2월1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8일부터 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출근저지 투쟁도 해왔다. 조합원들이 최 사장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그가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달 27일 자신의 사장 선임을 전제로 맺은 노사합의를 일주일 만에 파기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의 과거 행적도 YTN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최 사장은 MTN(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 시절인 2009년 칼럼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헌납 계획을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으로 미화했다. 간호사와 여성 앵커를 성적 대상화한 트위터 글도 논란이 됐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MB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씨가 YTN 낙하산 사장으로 선임돼 공정방송 투쟁과 해직사태가 촉발됐던 상황에서, ‘MB를 칭송한’ 사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YTN 구성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25일 ‘총력 투쟁 선포식’에서 방송기자의 상징인 마이크와 카메라,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놓는 퍼포먼스를 했던 노조는 선언문에서 “목숨과도 같은 방송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최 사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식지 않는 비판여론에 최 사장은 법적 대응으로 맞불을 놨다. 그는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고 YTN의 업무가 정지됐다’면서 지난 24일 서울서부지법에 노조와 조합원 12명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당 행위가 계속된다면 1회?1일마다 노조는 1000만원, 조합원 개인은 200만원씩 지급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피신청자 12명 명단에는 노조 집행부뿐 아니라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던 5년차 기자도 포함돼 구성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처분 신청 이후 사내게시판에는 최 사장을 비판하는 글 30여개가 추가로 올라왔다.
최 사장은 가처분 신청서에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참여했다 징계받은 조합원들을 나열하며 ‘이들은 (2018년에도) 지속적으로 업무방해행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행위를 할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 된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이 지난달 29일 취임사에서 “복직기자 여러분, 그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한 미안함과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YTN의 건강성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온 노조와 각 직능단체들에게도 같은 마음”이라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다.
권준기 언론노조 YTN지부 사무국장은 “사원들을 소송의 대상으로 봤다는 것 자체가 최 사장이 사장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권 국장은 “이번 파업은 최남수 퇴진뿐 아니라, 지난 9년간 떳떳하지 못했던 YTN이 구체제와 단절하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리더십을 상실한 최남수, 그가 비호하고자 했던 YTN 간부들이 구체제다. 저희에겐 굉장히 절박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가처분신청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사장의 정상 출근을 집단의 힘으로 막지 말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취임한 제가 비민주적 압박과 집단의 힘에 의해 중도하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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