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에 연금, 주택수당까지…“저널리즘만 생각하라”

세계의 언론인 복지현장을 가다 (3)일본

원하면 65세까지 근무 보장…정년퇴직 후 재고용 방식
“기자 수입 만족한다” 64%…임금피크제 최대 70%까지


지난해 5월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국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60세 정년 의무를 시행할 것을 공표했다.(300인 미만은 2017년) 어느새 정년 60세까지 1~2년 남짓 남아, 현재 55~58세 정년인 언론사들도 본격 준비를 해야 할 단계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섰다. 이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이미 1998년 법제화된 60세 정년에서 사실상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도록 하는 고용안정법을 개정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65세까지 근무를 희망할 경우 회사가 임금피크제나 정년 등의 방안으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65세까지 일할 수 있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덜해졌다.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정년 이후 생활이 안정된 만큼 공정한 기사를 쓰고 건전한 저널리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한국 기자들은 40~50대에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하다”며 “그로 인해 취재원들에게 재취업 문을 열어두고 취재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정한 관계가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사들은 종신고용으로 정년을 보장받고 있다. 현재는 60세 정년에서 희망자에 한해 임금피크제 등으로 65세까지 재고용을 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교도통신사와 아사히신문사, 요미우리신문사 도쿄 본사 사옥.

실제 65세 근무 희망자는 많다. 도쿄신문에서는 60세 정년자 중 90% 이상이 65세 근무를 신청하고 있다. 아직 65세 정년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되는 임금피크제가 많은데, 임금은 기존 30~70%까지 사별로 다양하다. 특히 직장 근무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후생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에 5년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이 기간 생활고에 시달릴 우려가 있어 회사에 남아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도쿄신문 소이치 토야 총무부장은 말했다. 하지만 재고용이 늘어나고 신입채용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은 언론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국민연금, 후생연금 외에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교도통신 등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은 기업연금도 제공하고 있다. 금액은 회사마다 다른데, 요미우리는 한 달에 8000~1만엔(10만원)을 60세까지 붓고 있다. 마이니치는 401K DC(확정갹출형)형 연금으로 매월 일정액을 적립, 운용해 그 성과에 따라 장래 수취하는 형태다. 내년부터 개인운영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며 운용방법에 따라 돌아오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기업연금은 퇴직 시 일괄 수령 또는 연금으로 나눠 받을 수 있다.


종신고용을 택하고 있는 일본은 이직률이 매우 낮다. 기자들은 첫발을 딛은 언론사에서 끝까지 일하다 퇴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직이나 퇴사가 전체 약 10%에 불과하다. 임금은 연공서열에 따라 지급되는데, 급여는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일본 후생노동청이 올해 2월 발표한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2013년6월기준)에 따르면, 10인 이상 기업의 65개 직종 중 기자는 평균 기본급 44만엔(440만원)으로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등에 이어 9번째였다. 잔업수당을 포함해서는 55만4600엔(550만원)으로 5번째였다.


일본 기자들은 기자 활동과 수입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대학 법학부 신문연구소에서 3월 발간한 ‘저널리즘&미디어’에 실린 ‘2013년 일본의 저널리스트 조사-일본 저널리즘의 현재’에 따르면, 기자 수입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이 64.1%(매우 만족 14.7%, 다소 만족 49.4%), 불만족은 34.4%(다소 불만족 25.4%, 매우 불만족 9.0%)였다. 기자 활동에 대한 만족은 58.1%(매우 만족 7.0%, 다소 만족 51.1%), 불만족은 41.3%(다소 불만족 36.9%, 매우 불만족 4.4%)였다. 지난해 2~3월말 일본 신문ㆍ방송ㆍ통신사 등 현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우편설문조사 한 결과 2200건 중 회수된 747건에 대한 통계다.


하지만 광고 수입 축소와 재정 악화 등으로 임금 인상이 없고 점차 저하되는 추세라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아사히가 40세에 연봉 1000~1200만엔(1억원 내외)으로 예외적이며, 지역신문은 45세에 700~1000만엔 정도라는 것. 일본신문노련이 조사한 ‘2012년도 연령별 기준 내 임금’ 월평균에서도 아사히는 53만4006엔(53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요미우리는 46만9657엔, 마이니치는 36만133엔, 도쿄신문은 39만3959엔이었다. 지역신문인 교토신문은 48만5311엔, 홋카이도신문은 47만8499엔 등이었다.(각 사별 직능급ㆍ주택수당 등 포함, 잔업수당 불포함) 신문노련 코키 타나카 서기는 “최근 10~15년간 신문사 임금이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지금도 2012년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지역주민의 구독률이 높은 지역 주요 신문들은 안정적인 재정으로 전국지에 버금가지만 중소 규모의 지역신문사들은 어렵다. 치바일보나 사이타마신문 등 급여가 너무 낮아 공개하지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수당 및 사택 지원, 월세 보조 등 주거지원은 특징적이다. 입사 후 보통 전근을 몇 차례 가기 때문에 전국의 신문사 대부분 주택수당을 제공하며 도쿄에 사택을 갖고 있다. 아사히는 일률 지급하는 1만3000엔과 주택가족보조(기혼자 1만1500엔, 독신자 4000엔), 지역보조(도쿄 9000엔, 오사카 3000엔), 월세보조 항목을 지원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도쿄 3만엔, 오사카 2만9000엔, 그외 지역 2만8000엔을 지급한다. 요미우리는 부양가족과 지역별로 1만6000~2만3000엔을 지급한다.(2013년 기준) 도쿄신문은 8월1일 기준 77개 사택에 137세대가 살고 있고, 교도통신은 7만엔 한도에서 방값을 지원하고 있다. 신문협회 츠요시 타카키 경영업무부장은 “주택을 살 때 융자해주는 신문사도 있다”며 “또 대부분 월급에 가족수당이 포함되는데 보통 초등학생은 1만엔, 중학생 1만2000엔, 고등학생 1만5000엔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각 언론사에는 건강보험조합이 있어 건강검진과 치료비 등을 부담하고 있다. 조합비는 회사와 사원이 절반씩 내는데, 재정이 안정적인 언론사는 그 이상을 내기도 한다. 교도통신도 건강보험조합에서 건강검진을 주관하며, 일반검진에 2000엔을 추가하면 암, CT 등이 포함된 종합정밀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교도통신 케니치 아카시 노조위원장은 “일본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의료비가 높아지고 있다”며 “건강보험조합에 의료비 충당이 높아져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서비스가 낮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노사간 만든 ‘공제회’ 기금은 육아휴직 시 월급 보조, 의료비, 베이비시터 등 직원들의 복지를 지원한다. 교도통신은 기자 개인이 250엔, 회사가 300엔 가량을 납부하며 육아휴직 시 한 달에 6만엔을 주고 부모 병간호 지원금도 제공한다. 베이비시터 비용은 초등 3년(9세)까지 유아 750~1500엔, 학생 3000~6000엔이 지원되는데 1년 중 150일을 사용할 수 있다. 요미우리도 초등 3학년까지 하루 1700엔 한 달에 20일을 지원하며, 이와 동시에 회사가 계약한 업체로 하루 2500엔, 1년간 100일을 함께 지원받을 수 있다. 아사히도 공제회에서 육아휴직 시 월 4만엔, 배우자가 무급일 경우 20만엔까지 지급하고 있다.


출산휴가는 출산전후 84~133일, 육아휴직은 통상 1~2년 무급으로 회사 정책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아사히는 133일에 2년, 요미우리는 112일에 2년, 마이니치는 133일에 1년이다. 신문노련 타나카 서기는 “통원치료나 입덧 등으로 출산 전 6개월에 21일 정도 휴가를 낼 수 있고, 한 달에 이틀 정도 생리휴가도 있다”며 “요미우리는 최근 신사옥에 사내 탁아소를 만들었지만 규모가 작아 베이비시터 지원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쁜 업무 특성상 실제 활용에 대한 문제가 있다. 또 인터넷 발달 등으로 신문시장이 축소되며 재정문제로 점차 복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장시간 노동 해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선 후생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기자직 잔업 평균은 25시간이다. 


교도통신에서는 이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재량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는 5년간 평균 잔업시간을 통계 내 평균시간 10% 절감과 1년에 최소 100일 휴식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체감은 크지 않다. 아카시 노조위원장은 “1년 52주로 주말만 쉬어도 104일이지만 주5일제가 실현되지 않아 전과 후가 크게 변한 것은 없다”며 “시간은 유동적으로 쓸 수 있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들기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신문노련 아라사키 세이고 노조위원장도 “법에서 정한 노동시간 기준이 있지만 신문업계에서 지키기 힘든 현실”이라며 “과로사 등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기업은 유급 휴가일수를 계산하는데, 신문사는 정해진 휴일이 제대로 지켜지는지가 화제다. 생산적인 업무를 위해 휴가를 적절히 사용해 건강한 상태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