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대로 두면 침몰한다”

조승원 MBC 기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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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MBC 기자회장  
 
유가족 폄훼 리포트 부끄러워
창사 이래 이런 보도 있었을까
MBC 뉴스 무관심 가슴 아파
사장 책임지고 인적쇄신 해야


MBC 기자들은 답답하다. 보도국 간부들의 막말과 리포트 논란에 한마디 사과나 반성은 없다. 지난 19일 만난 조승원 MBC 기자회장은 안광한 사장에 공개 질의했다. “유족 폄훼 보도가 과연 옳은가.”

-세월호 참사 보도의 문제는.
“이번 데스크리포트는 충격이었다. MBC 창사 이래 이런 보도가 있었을까. MBC의 경우 정부 비판 보도가 어느 방송사보다 적었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보도하지 않고, 오히려 유족을 비난했다. 사실 내부에서 막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툭하면 기자를 내쫓고 징계하며 경력기자를 채용하겠다는 데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 조직 자체의 와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잘못된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보도국 간부들은 침묵하고 있다.
“방송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MBC뉴스라는 배를 이끄는 선장과 1등 항해사가 누군지 보면 알 수 있다. 생산품을 검수하듯 뉴스도 게이트키핑을 거쳐 시청자에 전달된다. 아이템을 낸 부장은 물론 국장과 편집부도 결국 비슷한 생각에 수락한 것이다. 2등 항해사인 나머지 간부들은 동조하거나 침묵했다. 놀라운 건 시민들 반응이다. 진도 현지에서 취재팀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너무나 조용했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고 MBC를 안 봐서 몰랐던 거다. 지금의 MBC에 대한 관심과 기대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 가슴 아팠다. 세월호 보도를 총괄한 부장과 국장의 망언 수준에 가까운 발언은 더 참담했다.”

-KBS는 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KBS 반성 리포트가 나간 15일, MBC뉴스의 조종(弔鐘)을 듣는 듯했다. 답답했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장본인들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문제를 제기한 16일, 교수 인터뷰로 면피하려할 뿐이었다. 외압 폭로 등 양심적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KBS가 대단히 부럽다. 책임의식을 갖고 물러나거나 자성하는 보직간부 한 사람이 없다. 후배 기자들은 울분을 터트리는데 선장은 언제까지 가만히 있으라고 할 것인가. 이대론 정말 침몰한다.”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풀리지 않는다. MBC는 방문진 여야 6:3으로 여당 편향적인 구조다. 현 정부도 공영방송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KBS 사태에서 다 드러났다. 보도 결과를 놓고 보면 MBC는 KBS보다 보도 편향성이 훨씬 심하다. 외압이 있거나 더 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아니면 압력을 넣을 필요도 없이 알아서 보도한 거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보도 참사와 외압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향후 계획은.
“이미 MBC라는 배는 기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고 참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려움이 많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일단 MBC뉴스 모니터를 한층 강화하고, 방송 상식과 기본이 없는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이다. 또 안광한 사장과 보도본부장에게 공개 질의한다. 유족 폄훼 보도가 과연 시민의 상식에서 가능한, 옳은 보도라고 생각하는가. 보도가 지나쳤다면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누군가 책임지고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안 사장은 세월호 보도가 ‘국민과 교감’했다는 생각이 여전한지 답해 달라.”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