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난폭한 10대’ 이미지 조장…선정 보도 심각
언론진흥재단·기자협회 주최 ‘청소년과 언론보도’ 토론회
김희영 기자
hykim@journalist.or.kr
2013.07.03 14:38:37
|
 |
|
|
|
▲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험사회에 노출된 청소년과 언론보도’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김성후 기자) |
|
|
청소년의 성폭력과 학교폭력, 자살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선정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학계와 교육계, 언론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공동 주최로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험사회에 노출된 청소년과 언론보도’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용국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청소년 성범죄자에 유독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청소년 성폭력 기사에 ‘잔인한 10대’, ‘막나가는 10대’라는 표현이 나온다”며 “언론이 만들어낸 난폭한 10대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지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유진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는 “난폭한 10대의 이미지 때문에 관련 대책이 ‘처벌과 감시’만으로 이어지면서 피해자의 상처는 증발됐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발제를 맡은 유홍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구도를 드러내거나 피해자의 시점만을 부각하는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유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가해자-피해자 프레임’을 따르는 기사일수록 선정적인 기사제목이 두드러졌다.
유 교수는 “문제의 본질보다 심각성을 부각시켜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며 “피해자의 치유 과정에 대한 보도, 후속보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언론이 학교폭력을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말고 다차원적인 원인과 문제분석, 해결방안 도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권영철 CBS 선임기자는 청소년 자살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지난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난 뒤 6개월 사이에 8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상은 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 서기관도 “현재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이 충분치 않다”며 “자살률을 줄이는 것은 자살 수단을 없애는 것과 언론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유진 기자는 “자살보도를 피해야 한다지만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기도 하다”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단적 케이스다. 자살 자체를 금기시해야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김강석 SBS 논설위원과 인교준 연합뉴스 사회부 부장대우는 언론사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선정적으로 가는 것은 구조적 숙명”이라며 “자체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 부장은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제재 기구에서 준칙을 마련해주면 일선 기자와 데스크의 입장에서 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성준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요즘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노출돼 있다”며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동량재(棟梁材)’들을 바르고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박종률 회장도 “성폭력과 학교폭력, 자살 보도는 공공성과 계도의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람직하게 만드는 것도 언론인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