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민주주의
제26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 이정국 기자
한겨레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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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1 15: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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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정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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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고단하고 미래가 없는 빈곤층의 삶속에 들어가 정치 얘기를 꺼내긴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투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종의 사치였다. 때이른 무더위로 인해 불쾌·짜증 지수는 끝을 모를 정도로 치솟았다. “취재가 어렵습니다.” 첫날 취재를 허탕치고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힘들겠지만 더 해보자”란 무심한 어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난한 민주주의’ 취재는 절망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희망이 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간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은 어느새 기자들을 보고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더운데 고생 많네”라며 옆집 사람들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설문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주일에 걸쳐 총 70장의 설문지를 받아 들었을 때의 감격이란!
애초 이 기획은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을 찍는 걸까?”란 궁금증이었다. 평소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사가 처음 나갔을 당시에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그걸 이제 알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기자들은 발로 뛰며 르포를 완성했고,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는 전화 여론 조사를 통해 기자들의 르포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했다.
기사가 나간 뒤 반응은 뜨거웠다. 일선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한 활동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방향으로 운동을 해야하는지 보여주는 기사였다”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기사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 일부 독자는 메일을 보내 “빈곤하다고 정치의식이 낮은 게 아니다”라며 항의를 해왔다. 빈곤층의 정치의식이 높거나 낮음을 지적한 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보도한 것은 한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빈곤층이 갖고 있는 현재의 정치의식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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