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뒷북 수사 ‘눈총’

경찰, 언론보도 나가야 수사 착수…KBS에 공개사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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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고 장자연씨 사건의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경찰 수사가 언론보도를 뒤쫓아가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장씨가 자살한 지 사흘 만에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 자살’로 수사를 끝냈던 경찰은 장자연씨의 전 소속 기획사 대표인 김모씨의 사무실 수색, CCTV, 자살 당일 행적 등에서 언론의 보도가 나온 뒤에야 수사에 나서 ‘뒷북’이라는 소리마저 듣고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 13일 사건 진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모씨를 첫 인터뷰한 뒤 언론 인터뷰가 거듭되는 동안에도 경찰은 본인과 직접 연락을 취하지 못하다가 23일에야 통화에 성공했다.

부당 접대의 장소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서울 강남구의 김 모씨 사무실도 스포츠서울의 첫 보도가 나오고 언론보도가 계속되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사무실 관계자들이 수색 전에 이미 일부 집기와 서류를 치웠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사무실 주변의 CCTV 수사 역시 한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23일 오후가 돼서 김씨 사무실 주변의 CCTV 확보에 나섰으나 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이뉴스24는 이 건물 안에도 CCTV가 설치돼있다고 보도했으나 경찰은 압수수색 때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23일 장씨가 자살한 날, 서울시내 한 여행사를 통해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으려다가 취소한 사실을 경찰보다 먼저 밝혀내 보도했다.

오히려 경찰은 KBS가 지난 13일 장자연씨 문건을 단독보도하자 입수 경위가 의심스럽다며 문건을 제출하라고 압박하다가 KBS의 설명이 사실로 밝혀지자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KBS 취재진이 장씨의 전 매니저 유모씨의 사무실 앞에서 발견한 쓰레기 더미에서 문제의 문건을 입수하는 모습이 이 건물에 설치된 CCTV 판독 결과 확인된 것. 경찰은 문건을 모두 태워버렸다는 유 모씨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이렇게 경찰이 계속 ‘뒷북’을 치는 데 대해 취재진의 해석은 다양하다. 장씨 사건을 취재 중인 한 기자는 “경찰이 어딘가 눈치를 보느라 수사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선의로 해석하면 매우 핵심적인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 작은 부분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