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네티즌은 의제 삼았다

나침반 잃은 언론, 네티즌과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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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시사IN을 필두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이 한 발 앞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내부고발을 보도했다. 그러나 대다수 메이저 언론이 ‘삼성 비자금과 부패구조’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은 재벌과 검찰, 언론에 대해 성난 목소리를 냈다.

6일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한겨레신문 한토마 등 토론게시판들을 비롯해 삼성비자금 의혹 관련 기사를 첫머리 중요기사로 다루고 있는 디지털 조선과 오마이뉴스 등의 기사댓글에는 수백 건의 네티즌 의견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네티즌 논객들의 글은 수만 건의 조회 수가 기록되는가 하면 댓글에 댓글이 꼬리를 물고, 수백 건의 추천이 달렸다.

조선닷컴 6일 헤드라인에 오른 ‘7년간 삼성맨 김 변호사 폭로 배경은…’기사에 덧붙인 댓글에서 네티즌 이주형씨는 “가장 큰 문제는 에버랜드 관련 부분”이라고 못 박으며 “이 일을 계기로 기업 활동에 상관도 없이 때만 되면 더러운 정치꾼들, 검사들, 세무공무원, 기타 공무원 돈 봉투 챙겨 줘야 하는 일이 줄것이고 향후 공무원들에 돈 안줘도 될 거라고 생각은 못하지만 최소 줘야하는 돈만 줄어도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 김용철 변호사가 6일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기자회견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인 신상 잘잘못 아닌 삼성 중심의 불법 부패구조에 관심 갖자 호소

네티즌 서울평양(필명)은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 쓴 ‘아직도 정의구현사제단에 몸을 숨겨야 하는 세상?’이라는 글에서 “7~80년대 폭압적 군부독재시절,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고 양심을 받아 줄 수 있는 곳이 없을 때 유일한 도피처가 바로 정의구현사제단 이었다”며 “재벌과 언론을 포함한 총체적 기득권층의 유착 때문에 김 변호사가 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제단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분노와 울화를 느끼고 이면에 ‘아직도 공포의 시대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무겁게 짓누른다”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1차 기자회견 끝 무렵에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재벌의 비리혐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경제민주화’운동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오마이뉴스 독자의견에 글을 쓴 네티즌 소시민(필명)은 “경제민주화를 꼭 이루어 달라”며 “잔혹한 독재 아래에서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을 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화를 위하여 앞장섰고, 이번에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앞장서야만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고 사제단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겨레신문 인터넷판 토론게시판인 한토마에 네티즌 사과나무(필명)는 “이번 사건을 통해 거대한 양심이 규합되고, 결국엔 경제민주화 운동에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김석원 쌍용회장 부인 미술관에서 신정아 사건 관련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그런 자금들도 다 비슷비슷한 자금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더욱 이런 구조를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경제민주화’요구 봇물

네티즌들은 이번 삼성 내부고발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흐릿하고 미심쩍은 행보에 극도의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6일 사제단의 2차 기자회견 직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간지들은 1면을 할애해 삼성 내부고발 기사를 첫머리로 다뤘으나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대비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한정해 놓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신정아씨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판단하고 취재경쟁을 펼치며, 검찰 수사에 앞서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던 특종보도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언론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두 사안을 통해 다시금 네티즌들로부터 물타기 하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조롱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정아는 파고 삼성은 알아서 외면
네티즌들 “더 이상 기자들의 기자실 농성 지지할 이유 없다”


조선닷컴 ‘7년간 삼성맨 김용철씨 폭로배경은...’ 기사에 대해 네티즌 윤명호씨는 “고발자는 나쁜 사람으로 비치게끔 기사를 쓰고, 삼성의 비리는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삼성의 광고를 먹고살자니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면 국민들은 도대체 뭔가? 기업이고 언론사고 돈을 벌게 해주는 건 국민이 아닌가?”라고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윤씨의 댓글은 11개의 찬성과 20개의 반대 의견을 받았다.

한편 지난 2일 포털 다음의 아고라 첫머리에는 네티즌 스트로베리씨(필명)가 올린 ‘더러운 언론들’이란 글이 ‘언론고시생이 본 삼성 다루는 언론’이란 헤드라인을 달고 장시간 노출됐다.

2년간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지난 해 J일보 면접에 응시했다가 낙방했다고 본인을 소개한 이 네티즌은 “삼성의 탈법을 외면하는 언론들을 보며 기자되려던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기사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기자’들 앞에서 사명이니, 자존심이니 나 자신을 포장하려 했던 모습이 참 무안하다”며 “그런 자들이 기자랍시고 자리에 앉아 나를 이리저리 자로 재 보듯 평가했다는 것도 속상하다”고 심경을 나타냈다.

또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며 “신문을 살펴보는 수많은 언시생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문을 품으며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이 네티즌은 “우리는 삼성의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며 “제발 부탁이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 했다. 이 글은 당시 2만3천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6백91건의 추천을 받았다. 윤민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