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부산 일자리 대해부’ 과학적 통계기법 활용 돋보여

19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출품작들 참신한 소재·기획 불구 ‘짜임새·밀도’ 부족 아쉬움 

제19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8건이 출품돼 24건이 본선에 올랐으며 최종적으로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다룬 기사가 3건으로 많았으며,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환경문제를 조명해본 기사에서부터 제주 앞 바다속 ‘산호의 습격’과 ‘유채기름’의 가능성, 그리고 일반인이나 장애인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이르기 까지 새로운 소재의 기사도 많았다. 한편으론 소재와 기획의 참신성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만한 ‘짜임새’와 ‘밀도’가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된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무엇보다 기획보도 부문이 돋보였다. 지역기획부문(신문)의 ‘부산 일자리 대해부’(국제신문 기획탐사팀 성현철·이노성·권혁범 기자)는 예선과 본선 모두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10년에 걸친 통계자료를 분석해 산업별, 지역별, 규모별 ‘일자리지도’를 작성해 일자리의 질과 양, 업종별, 지역별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과학적 통계기법을 활용한 탐사보도의 전형이라 할 만 하다. 국제신문 기획탐사팀의 노고도 노고지만 부족한 취재인력 여건에서도 2개월여에 걸친 방대한 작업을 지원한 국제신문의 ‘투자’가 거둔 성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기획보도부문의 중앙일보 탐사기획팀(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2006년, 대한민국 공기업’ 역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방대한 자료 수집과 치밀한 분석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내준 점이 돋보였다.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는 공기업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공기업 경영의 문제점을 드러낸 노력도 높게 평가할 만 했다. 그러나 문제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안의 모색에서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재보도부문의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 및 공판중심주의 논란’(한국일보 사회부 최영훈·김지성·박상진 기자)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파문이 한창 법조 3륜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던 시점에서 시의 적절하게 ‘의제(공판중심주의)’를 설정한 것이 높게 평가됐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의 핵심이 ‘공판중심주의’에 있다는 것은 다른 언론들에서도 같이 제기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1면 머리기사로 이를 의제화해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돌린 것이야말로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자 ‘힘’일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장추적-위험천만 수입타이어’(KBS 8시뉴스기획 이석재 기자)는 탑승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불량수입타이어의 실상과 제도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보도대로라면 광범위하게 장착됐을 불량수입타이어에 의한 피해사례 등이 예시되지 않아 문제제기에 대한 뒷받침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역시 KBS의 ‘경기도의원 놀자판 연수’는 치밀한 기획성 취재로 유급화된 지방의회 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 실태를 적나라게하게 폭로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본선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취재부문 ‘중국산 쌀 둔갑현장’(무등일보 사회부 양기승 기자외 3인, 사진부 임정옥 기자)은 현장 접근과 포착이 쉽지 않은 취재 여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보내용을 끝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자들의 끈질긴 ‘근성’이 기자상을 낚았다. 강원일보의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부실싱공 의혹 파문’도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지역기획부문 방송분야의 ‘광양만권 생태도시를 꿈꾼다’(KBS순천 정병준 기자)는 지역사회의 경제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포스코의 그늘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주민들의 직간접 피해 사례를 드러낸 ‘용기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 앞바다 생태계의 교란 실태를 잘 드러낸 ‘산호의 경고-바다 숲이 사라진다’도 지역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시의적절한 보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광양만권 생태도시를 꿈꾼다’는 프로그램 제목이 내용의 핵심을 비켜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산호의 경고’는 생태계 교란의 원인 파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랜만에 수상작을 낸 전문보도분야의 ‘주한미국대사부인 출입국관리법위반’(코리아타임스 정치부 박성우·윤원섭 기자)은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부인의 ‘허가받지 않은 보석공예품 전시’를 통한 위법 영리행위를 고발해 주한외교가의 공공연한 위법 영리활동에 경종을 울려줬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심사위원 중에는 국익과 외교관계, 위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너무 지나친 쟁점화 아니었느냐는, 소수지만 강력한 이의제기도 있었다.

충청투데이의 ‘잿빛도시 푸른 희망-멸종위기 동물을 찾아서’나 경인일보의 ‘양주시 제비가족 관찰기’, 한국일보의 ‘애기뿔똥통구리’ 모두 좋은 평을 받았지만 너무 익숙한 소재의 한계라는 벽을 넘지 못했던 것 같다. 백병규 미디어 평론가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