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오보' 왜 반복되나 난상토론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 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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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고 있는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 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선 조선일보의 삽화 사고 등 언론에서 오보가 연달아 발생하는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포털 생태계를 원인 중 하나로 제시하며 “포털이 만들어놓은 언론 생태계에서 기사 생산량은 폭증하고 인력 부족은 만성적이라 결국 전통적인 기사 검수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현주 교수는 “언론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데스킹을 보고 나머지는 좋은 말로 권한의 하향 분산이지, 솔직히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결국 기사 생산량이 축소되고 속보와 단독 경쟁이 완화돼야 한다. 포털과 언론사가 합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 송고 기사 수를 제한하는, 기사 영역별 쿼터 할당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 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송 교수는 또 보수언론의 적대문화를 이번 조선일보 사고의 원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가 다니엘 모이니한의 이론 ‘언론의 적대문화’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선 민주화 이후 언론이 자율성을 회복하면서 보수와 진보로 이념적 분화를 했는데, 보수 언론은 민주화 이후 형성된 정치 질서나 합의, 가치를 부정하는 적대문화를 형성했다. 또 그 적대문화를 모욕, 조롱, 무시 등 상대를 도발하는 ‘격분’의 형태로 표출했는데, 이번 삽화 사고에 있어서도 이런 분위기 속에 무의식적 영역에서 실수가 준비돼 있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대안으로 나온 '징벌적 손배제' 놓고 토론자 간 공방

토론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오보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포털 사업자들이 뉴스를 유통함으로써 사용자들을 유입하고 그걸 통해 많은 부를 축적했음에도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제휴평가위원회에 맡기고 뒤로 숨어버렸다. 제평위가 현재 뉴스 생태계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풀어가기보다 해마다 반복되는 입점과 퇴출 같은 좁은 영역만 수행하고 있는데, 최대한 장점을 살려 자율심의체제를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보 남발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선일보 삽화와 MBC 경찰 사칭 사태를 겪으면서 내부 윤리규범을 (들여다봤는데)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감동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사태가 계속될까 (생각하면) 자율적 규제에 맡길 수는 없다고 본다”며 “시민들이 입은 피해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왜 언론은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지 않는가. 사과로 끝날 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포함한 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도의 김지미 변호사도 “이제는 더 이상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태는 봐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라며 “그런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징벌적 손배제를 검증해봤는데, 큰 무리는 없는 수준으로 논의되는 것 같다. 이번 조선일보 (삽화 파문을) 보면서 역시 이 법이 도입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강화됐다”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 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뉴시스)

반면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공인에 대해선 징벌적 손배제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실장은 “징벌적 손배제를 언론노조가 반대한 적은 없다. 단 하나, 공직자나 대기업 같은 공적 영역에 있어선 징벌적 손배제를 제외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같은 유명인사가 10억씩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 시민이나 노동자에게는 가능한가. 윤리 위반이 반복되면 그땐 어쩔 수 없겠지만 규제 도입이 과연 누구에게 더 이익이 될 것인지, 또 언론이 (법 통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기대와 비전이 있어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돼’라는 (마음으로) 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법안이나 규제안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의미가 부여돼야 하는데, 지금 여당에서 일주일 단위로 징벌적 손배제가 바뀌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며 “이미 이전부터 계속해 일반인과 시민에 대해 인격권 침해와 명예훼손이 있어왔는데 조선일보 일러스트 사고가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가. 이번 토론회가 (주최) 의미와 무관하게 하나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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