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 KBS 이사장 사퇴 왜?

여권과 불화설 등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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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길영 KBS 이사장  
 
이길영 KBS 이사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둔 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이길영 이사장은 최근 방통위에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KBS 한 관계자 역시 “이길영 이사장이 지난 25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만나 사표를 냈고, 26일 안전행정부로 (사표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지난 2012년 9월 제9기 KBS 이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KBS 보도국장 출신인 이 이사장은 5,6공 당시 편파방송 논란과 허위학력 기재, 개인 비리 문제 등으로 이사 선임 당시부터 KBS 안팎에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김인규 사장과 길환영 사장을 내세워 친정권·편파방송을 주도했고, 정권이 바뀐 뒤에도 자리를 지켰다.

그런 그가 임기를 1년 남겨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의혹과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 비리 문제가 거론된다. 최민희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항간에는 인사와 관련된 금품수수 등이 문제가 되어 물러난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면서 “채용비리로 감사원에 적발됐던 과거 전력을 보면 전혀 뜬소문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1년 반 전에 제기됐던 비리 건의 실체가 드러났거나 잘못하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권과 ‘코드’를 맞추지 못한 탓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이사장은 길환영 전 사장 해임 때부터 여권과 불화를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실은 “여당추천 이사들과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 번 KBS 사장 선임 당시 이 이사장이 밀었던 후보가 낙마하면서 이 이사장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 이사장은 홍성규 전 방통위원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여당 이사들의 표가 이탈하면서 조대현 후보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KBS 한 관계자는 “여당 이사들 7명이 지금 4대3(혹은 4대2대1)로 쪼개지면서 이 이사장이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며 “이것을 정리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여권 내부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사표를 청와대가 수리하면 사퇴가 확정되고 방통위는 곧바로 보궐 이사 선임 절차를 밟게 된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30일 내에 보궐이사를 추천해야 한다. 이 이사장을 포함해 현 9기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만큼 보궐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와 뜻이 통하는 인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 의원은 “이 이사장의 사표제출이 개인의 비위 때문이라면 합당한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만일 여권의 압력 때문이라면 ‘방송장악 어게인’인 만큼 철저하게 이번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길영 이사장은 27일 오후 4시에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마지막으로 참석해 거취 문제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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