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이형, 미안해요"

故최정욱 국민일보 기자 추도사

   
 
   
 

최정욱 국민일보 사회2부 차장이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46세. 고인은 1996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쳤다.
고인은 지난 2012년 국민일보 파업 당시 선후배들과 함께 공정보도 투쟁에 앞장섰다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고, 입사동기가 사측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본보는 고인의 후배인 김지방 노조위원장의 추도사를 싣는다.

2012년 여름 여의도 광장에 텐트를 치고 파업을 할 때였지요. 정욱이 형은 늘 그 주변을 지키며 텐트를 찾아오는 후배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었습니다. 오늘 흰 국화에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는 정욱이 형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때처럼 조금 쉰 목소리로 “지방이 왔냐”하면서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형.

거친 언론계에서 20년 가까이 지내오면서도 사람을 아끼고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던 형.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아픔을 겪을 때 가장 많이 아파했고, 우리가 모두가 답답해 할 때 형은 가장 많이 답답해했지요.

징계를 받고 승진에서 누락되고 누가 봐도 뻔한 불이익을 받을 때 우리가 도와준 것이 없고 먼저 다가가 위로해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힘들어하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방관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마감시간을 지나 갑작스럽게 날아든 뜻밖의 슬픈 소식에 황망하고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미안해요, 형.”

마음속에 있던 이 한마디 건네지도 못했는데, 어떡해야 합니까.

형의 유서에는 회사를 원망하는 마음도 담겨 있었습니다. 사랑을, 진실을, 인간을 매주 외치는 회사에서 누구보다 사랑이 많았고 누구보다 진실했고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형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그 책임은 저희 노조에도 있습니다. 형이 사주는 마지막 육개장 한 그릇을 입 속에 넣으면서 다짐합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형을 대신해 동료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겠습니다. 황당하고 부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생명을 보듬을 줄 알고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회사로 바꿔가겠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지혜와 용기가 주어지도록 하늘에서 기도해주세요.

미안해요, 형.

잘, 가세요.

잊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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