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떨어지는 무늬만 단독기사 우후죽순

온라인 매체에 종편까지 가세… 트래픽·시청률 올리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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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 미달의 ‘단독기사’가 범람하면서 언론계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 단독기사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큰 파급력을 미치는 내용으로, 해당 언론사의 위상과 취재력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가 됐다.

하지만 최근엔 단독기사가 독자나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일종의 ‘낚시성 제목’으로 전락하고 있다.
19일에도 ‘제주도에 7000만원대의 별장 같은 내집을 마련한다?’(스포츠월드), ‘장영란, 19일 득남…“두 아이 엄마 됐다”’(헤럴드POP), ‘손담비-버벌진트 듀엣으로 뭉친다 하반기 디지털싱글 발매’(아주경제), ‘유병언 마주친 집배원 “마을 주민 아니라 인사 안해”’(채널A) 등이 단독이란 제목으로 포털에 노출됐다.

   
 
  ▲ 언론사 간 속보경쟁, 베껴 쓰기 경쟁 등이 치열해지면서 함량 미달의 ‘단독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단독기사가 넘쳐나는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 기사에 대한 ‘온라인 복제’가 쉬워진데다가 뉴스 소비가 포털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뉴스 소비자들이 기사 내용만 기억할 뿐 어떤 언론사가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기사를 공들어 발굴해도 타 언론사가 몇 분 이내 그대로 베껴 쓰기 때문에 포털에서 똑같은 내용의 여러 기사들 중 하나로 파묻히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단독기사란 제목을 달아 주목도를 높이는 한편 가장 먼저 보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 언론사 온라인담당 고위 간부는 “공들어 만든 취재 기사가 몇 분도 안 돼 타사가 베껴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썼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단독을 붙인다”며 “특히 하루에도 수 만 건의 기사를 다루는 네이버 뉴스편집자들이 어떤 언론사가 가장 먼저 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단독기사라는 제목을 달 경우 네이버 등 포털이 뉴스편집에서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각 사들이 단독 기사로서 중량감이 떨어지더라도 이런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경쟁 매체들은 많아지면서 단독기사에 대한 뉴스룸의 요구가 커진데다 처리해야 할 기사는 늘어나는 반면, 취재시간은 제한된 것도 함량미달의 단독기사를 양산하는 원인 중 하나다.

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연말 발간한 ‘한국의 언론인 2013’보고서에 따르면 기자 한 명이 일주일에 쓰는 평균 기사 건수는 지난해 31.3건으로, 2003년 15.9건보다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09년 일주일 평균 1건에 불과했던 온라인용 기사 수는 지난해 12.2건으로 급증했다. 기자들이 써야 할 기사 수는 늘어난 반면 취재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기사의 완성도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이런 기사들이 ‘단독’이란 이름을 달고 언론사의 메인뉴스나 홈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저널리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언론사들이 이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서라는 게 언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독자들이 접하는 매체수가 늘어난 데다가 대부분의 뉴스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소비되면서 트래픽이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단독’이란 제목을 남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송 역시 이런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시청률 경쟁에 가세하면서 단독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 검거를 둘러싼 종편의 도 넘은 단독보도 경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단독 기사 남발이 언론계 전반의 신뢰도를 갉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계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온라인담당 기자는 “언론사들이 포털에 뉴스를 걸리게 하기 위해선 단독을 붙이고, 포털도 단독이 붙은 기사에 대해선 노출에 신경을 더 쓴다”면서 “하지만 단독이라고 붙이기에 민망할 정도의 단독기사가 넘쳐나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남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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