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언론 '연금 3종세트'…"은퇴 후 1년에 2만8000불 받아"

세계의 언론인 복지현장을 가다 (2)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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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 메이저 언론사는 ‘최고 대우가 고품질 콘텐츠를 만든다’는 원칙 아래 다양한 복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노후대비 연금을 지원하며 의료혜택, 재교육 기회 등도 풍부하다. 사진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저널 뉴스룸.  
 
인건비 비싼 기자 내보내고 젊은 인력 채용 증가 추세
언론사 취업 졸업생 54.5%만 기본 의료서비스 혜택 받아
복지혜택 ‘부익부 빈익빈’…NYT·WSJ 다양한 복지시스템
WSJ 맞춤형 건강보험 인기…요가클래스·휘트니스센터도 운영


다이앤 노틀(Diane Nottle)씨가 뉴욕타임스에서 퇴사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재정 압박을 받던 뉴욕타임스가 100여명의 인원감축을 발표했고, 노틀씨는 명예퇴직을 신청해 20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다. “회사를 그만둘 때 나이가 53세였어요. 상당한 액수의 명퇴금을 받았지만 막상 실직하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더군요. 주택 융자금은 남아 있고 아이들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손해를 감수하고 401K 연금을 중도에 인출할 수밖에 없었죠.”

2008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언론사들은 노틀씨처럼 인건비가 높은 기자들을 조기 은퇴시키고 대학 졸업생들로 뉴스룸을 채우고 있다. 조지아대학교 그래디 칼리지(Grady College of 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 리 베커(Lee B. Becker) 교수는 “2008년 이후 미국 언론사들은 인건비 부담이 적은 젊은 인력을 짧게 고용한 후 내보내고 다시 젊은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고용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베커 교수 등이 미국 82개 대학 신문방송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2013년 연간조사(2013 Annual Survey of 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 Graduates)의 고용현황(학사 졸업자)에 따르면 2009년 46.2%를 보였던 풀타임 고용(기자, 광고, PR직종 등 포함)은 2010년 49.8%, 2011년 53.3%, 2012년 56.0%, 2013년 57.1%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미국 애틀랜타 CNN 본사 뉴스룸.  
 
하지만 직업만족도는 풀타임 42.4%, 파트타임 14.8%에 불과했다. 풀타임 고용기준 연봉은 일간신문 2만9600달러, 주간지 3만달러, 라디오 3만달러, 텔레비전 2만9000달러 수준으로 신문방송학과 졸업생 평균 연봉(3만2000달러) 이하였으며, 특히 정부 기관(3만7000달러), 광고대행사(3만5000달러), 홍보대행사(3만5000달러)에 비해 적었다.

언론사들이 의료비 지원, 상해보장, 은퇴연금 등 복지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도 낮은 직업만족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3년 연간조사 결과를 보면 학사 졸업자(풀타임)의 54.5%만 기본 의료혜택(Basic medical)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회사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비율은 37.0%, 회사 전액부담은 17.5%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지원은 54.5%였다. 베커 교수는 “언론사에서 복지혜택을 줄이면서 직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회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기여하고, 직원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경향이 2008년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메이저 언론은 ‘최고 대우가 고품질 콘텐츠를 만든다’는 원칙 아래 다양한 복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고 노후대비 연금을 지원하며 의료혜택, 재교육 기회 등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직원들의 노후보장을 위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소셜 시큐리티(Social Security), 401K,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Defined benefit) 등 3종류의 퇴직연금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인 401K는 직원이 급여의 일부를 401K 계좌에 넣으면 회사가 일부 금액을 매칭해서 지원하는 형태로 59.5세가 되면 지급받고 소득세가 면제된다. 개인 부담액은 언론사마다 다르며, 메이저 언론사들은 회사가 부담하는 지원 금액을 높여 개인 부담을 줄이고 있다.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사만 운용하고 있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데보라 스태드(Deborah Stead) 강사는 “좋은 언론사들은 훌륭한 은퇴연금플랜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갖고 있다”며 “기자들이 언론사를 옮길 때 연봉만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은퇴연금에 지원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스태드 강사는 미 경제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66세에 은퇴한 이후 뉴욕시립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위크에서 일했던 동료 기자의 사례를 들며 은퇴연금이 기자들의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25년을 비즈니스위크에서 일한 동료 기자는 은퇴 후에 401K, 확정연금, 소셜 시큐리티 등 3가지 수입이 자동으로 들어와요. 대략 1년에 2만8000달러입니다. 1만5000달러 이하를 수령하는 66세 이상 미국 대부분의 은퇴자들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액수죠.”

   
 
   
 
미국 경제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 맨하탄 미드타운 뉴스 코퍼레이션 빌딩 6층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모회사인 다우존스의 인사 담당 제인 해닝슨(Jane P. Henningsen)씨는 “행복한 직원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보다 창의적이며 통찰력이 뛰어나다”며 “우리는 직원들에게 총체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원 재교육을 위해 학사 과정은 80~85%, 대학원은 50%의 학비를 지원한다. 생명보험료도 지원하는데, 취재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할 경우 기본 보험료 외에 10만달러에서 많게는 20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1년 이상 일한 여성 직원은 3개월간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또 치과 질환 진료에는 매년 개인당 2500달러까지 100% 환급을 실시하고 치아교정에는 평생 2000달러까지, 장기간 치료에 대해서는 매년 부분적으로 150~200달러를 지원한다. 직원 편의를 위해 뉴욕 사무실 3층에 요가 클래스, 6층 뉴스룸 한쪽에 휘트니스센터, 스낵바를 운영하고 있다.

해닝슨씨는 “직원들은 건강보험을 가장 우수한 복지혜택으로 꼽고 있다”며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맞춤형 보험으로 변형시킬 수 있어 의사를 잘 찾지 않는 젊은 직원이나 부양가족이 있는 직원 모두가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은퇴 프로그램은 뉴욕타임스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전액 지불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401K 등을 제공한다. 해닝슨씨는 “미국 기자 평균 연봉의 2배에 달하는 높은 연봉과 총체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해서인지 중간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은 거의 없다”며 “월스트리트저널로 이직하려는 기자들이 많지만 막상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복지혜택은 미국의 전반적 언론 상황을 고려하면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미국 기자들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언론사들이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면서 고용불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뉴스사이트 ‘The Journalism Shop’이 LA타임스에서 해고된 기자 124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설문조사한 결과는 이를 보여준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퇴사 이후 6년이 넘도록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으며, 73%가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명 중 4명은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아예 수입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도 13%에 달했다.

조지아대학의 베커 교수는 “미국 저널리스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직업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생각하면서 이직률이 높아졌고, 저널리즘의 퀄리티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애틀랜타=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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