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고 같이 굶고…"기자는 현장에서 증언해야 한다"

한겨레21 정은주·엄지원 기자, 800km 도보순례 세월호 두 아버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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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동조단식…“중립 저널리즘은 허상”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만 4개월이 훌쩍 지났다. 떠들썩하던 언론은 잠잠해졌고, ‘잊지 않겠다’던 노란 리본의 물결도 시들해졌다. “이제 그만 하면 됐다”며 유가족들의 ‘체념’을 재촉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실종자 10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참사를 둘러싼 진실은 어느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현장’이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 2000리 길을 걷고 달포 동안 곡기를 끊은 유가족이 있다. 현장이 있는 곳에 뉴스가 있고, 그곳이 기자의 일터다. 한겨레21이 세월호를 놓지 않는 이유다.

   
 
  ▲ 세월호 유가족 도보 순례단과 함께 걷고 있는 정은주 한겨레21 사회팀장(가운데 물병을 든 사람). (사진=한겨레21)  
 
많은 언론들이 ‘세월호’ 석자를 지워가는 동안에도 한겨레21은 꾸준히 현장을 지켰다. 이들이 세월호를 기록하는 방식은 남달랐다. 함께 걷고, 밥을 굶었다. ‘관찰자’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동참’하고 ‘공감’하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정은주 한겨레21 사회팀장은 이번 여름을 길 위에서 보냈다. 지난달 8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8월14일까지 38일간 800km를 걸은 세월호 유가족 도보 순례단. 정 팀장은 그 도보 순례단의 숨은 공로자였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생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의 요청으로 시작된 동행이 38일간이나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에는 1박2일만 하려고 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죠.”

도보 순례단 소식을 페이스북에 중계하며 정 팀장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순례단에 동참하고 싶다거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연락으로 그의 전화는 불이 났다. “정 기자 없으면 안 된다”는 두 아버지의 간곡한 청도 있었다. 결국 정 팀장은 도보 순례단의 코디네이터를 떠맡았다. 순례 일정과 동선을 짜고, 식사 장소를 물색하고, 수많은 후원자와 연결하는 모든 것들이 그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자신을 “로드 매니저”라고 했다.

정 팀장은 현장에서, 때론 서울을 오가며 꼬박 20일 이상을 걸었다. 그의 기사는 말 그대로 ‘발로 쓴’ 기사였다. 덕분에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고, 다리엔 염증이 생겼다. 그가 마감 등의 이유로 현장을 비울 때는 다른 기자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편집인부터 편집장, 팀장까지 16명이 돌아가면서 순례단과 함께 걸었다. 현장에서 한겨레21 기자들은 ‘노란 모자’로 통했다.

   
 
  ▲ 지난 12~14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 단식에 참여한 엄지원 기자(왼쪽)가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겨레21)  
 
그 사이 한겨레21 사회팀 막내인 엄지원 기자는 곡기를 끊었다. 엄 기자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416 국민농성’ 동조 단식에 참여했다. 그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보고 싶었다”고 했다. “단순히 관찰자 입장에서 그동안 해온 것처럼 보도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바라는 생각이었어요.”

48시간을 굶으며 취재까지 하려니 벅찼다. 하지만 견딜 만했다. 단식 동참기를 페이스북에 꾸준히 올렸다.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문전박대는 물론, 폭력까지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엄 기자는 단식 후 한겨레21에 쓴 기사에서 “진실과 정의를 기다리는 304명의 죽음 앞에서, 객관과 중립의 저널리즘은 허상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이틀을 굶느라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무거워졌다. 저널리스트 본연의 임무인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동참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기자라면 팩트파인딩을 해서 진실에 다가가는 기사로 주위를 환기할 필요도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과연 굶고 걷고 동참하는 것이 저널리스트로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우물 안에서만 지지와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현장과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사실’을 기록해 가다보면 결국은 진실을 캐낼 수 있다. 한겨레21이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사건 재판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하며 지상중계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세월호 진실과의 싸움.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정은주 팀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라고 답했다. “어디가 끝이다, 우리는 끝까지 간다고 말은 못해요.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까지 그 끈을 놓지 않을 거예요. 우리의 책임을 다 할 겁니다. 아직 여기가 현장이니까, 기자가 증언해야 하니까요.”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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