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사회적 역할 인정…권익보호 지원 시스템 갖춰

세계의 언론인 복지현장을 가다 (1)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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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은 기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지원 시스템을 갖고 있다. 특히 누구나 동등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런 기능을 하는 것은 언론인들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 때문이다. 반면 신문·방송 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언론인들의 위상 하락에 따른 처우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들 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벨기에·영국·프랑스 기자협회와 언론노조를 통해 유럽 언론인들이 직면한 문제와 이를 위한 지원 제도 등을 살펴봤다. 

   
 
  ▲ 마틴 시모니스 벨기에 기협 사무총장  
 
“나치 부역 거부한 기자정신 높이 평가받아”
마틴 시모니스 벨기에 기협 사무총장


“벨기에 기자협회는 기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기자들이 쓴 기사가 제대로 보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886년 출범한 벨기에 기자협회(Association Generale des Journalistes Professionnels de Belgique·이하AGJPB)는 현재 기자들이 임금, 휴가, 주당 근무시간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도록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인 마틴 시모니스 AGJPB 사무총장은 “벨기에 역시 기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라면서 “하지만 선호도에 비해 처우는 교육자나 공무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기자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기자 신분으로 언론계에 입문하게 되는데 정식 기자로 채용될 때까지 파트타임 직업을 가져야지만 생계유지가 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전체 기자 중 25%를 차지하는 프리랜서 기자들은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가 될 때까지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는 “협회 회원 가입을 위해선 2년 이상의 기자활동 경력이 필요하고, 세컨드 잡이 있어도 주된 직업이 기자여야만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1년 회비로 135유로(약 20만원)를 받는데 협회 운영비뿐 아니라 법률 자문 비용, 재교육을 위한 비용 등으로 쓰여 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벨기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볼 수 없는 기자들만을 위한 연금제도가 마련돼 기자들의 노후 준비를 돕고 있다.

시모니스 사무총장은 “벨기에 기자들은 은퇴 연금을 일반인들보다 30%가량 더 받는데 1,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부역하지 않고 펜을 내려놓은 기자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인 합의로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유럽재정 위기 당시 다른 연금제도가 줄줄이 개혁 대상이 됐던 것과 달리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벨기에 언론계에도 신문 산업 위기에 따른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는 “기사에 대한 불만을 가진 조직이나 개인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늘어나는 반면 소송 해결은 점점 쉽지 않다”며 “특히 구조조정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유럽재정 위기에다 미디어 소비패턴이 인터넷·모바일로 급격히 바뀌면서 유럽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벨기에 언론계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시모니스 사무총장은 “유럽은 다른 지역보다 신문을 많이 보지만 예전보다는 줄어들었기 때문에 구독률 저하에 따른 수익악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현상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자들을 정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 앤디 스미스 영국 NUJ 공동위원장  
 
“불투명한 언론환경에 기자직 유지 어려워”
앤디 스미스 영국 NUJ 공동위원장


영국 런던 교통 중심지인 빅토리아역에서 지하철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킹 크로스 역’. 이곳은 영국과 유럽 내륙을 잇는 관문이자 영국 언론인의 권익 등을 대변하는 ‘언론인노동조합(National Union of Journalists·이하 NUJ)’이 위치해 있다.

NUJ 앤디 스미스 공동위원장은 현재 3만여명의 회원을 둔 NUJ의 살림살이를 도맡고 있다. NUJ가 다른 언론단체와 차별화된 점은 회원 자격을 현직 언론인뿐 아니라 은퇴한 언론인과 대학생들에게도 준다는 것이다. NUJ 전체 회원 중 약 15%가 퇴직 언론인이거나 대학생이다. 물론 이들에게 현직 언론인들과 똑같이 투표권이 주어지지는 것은 아니지만 취재를 위한 ‘프레스카드’는 제공된다.

스미스 위원장은 “대학생 회원을 모집하는 것은 예비 언론인들에게 노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라며 “은퇴하는 회원 수를 감안할 때 새로운 회원을 가입시켜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907년 설립된 NUJ는 지난 100여년 동안 기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다.

스미스 위원장은 “예전엔 TV, 라디오, 신문, 잡지, 출판 기자들만 회원으로 받았지만 지금은 모든 언론 종사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며 “언론인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임금협상 대리권, 기자 재교육, 법률자문 등 언론인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국에선 자선단체가 중심이 돼 언론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언론인들을 위해 1800년대부터 자선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며 “현직 언론인뿐 아니라 사망한 기자 유족, 은퇴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은 ‘언론인 자선단체’(The Journalists’ Charity)는 1864년 당시 의회 출입기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가족을 돕기 위해 기금 행사를 마련한 것이 계기가 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도 자선법에 등록된 자선단체에 들어오는 기금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하는 형식으로 간접 지원을 하고 있다. 

스미스 위원장은 “정부에 등록된 자선단체의 경우 기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형식으로 간접 지원을 받고 있다”며 “다만 정치적 성격을 띤 유니온은 자선법에 등록할 수 없어 별도 NUJ 엑스트라가 있지만 NUJ 엑스트라에는 일절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계 역시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신문산업 위기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미스 위원장은 “NUJ 입장에선 회원들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신문 소비가 계속 떨어지면서 언론사 경영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앙또니 벨랑제 프랑스 SNJ 위원장  
 
“경영난에 기자 해고되면서 뉴스 질 하락”
앙또니 벨랑제 프랑스 SNJ 위원장


프랑스 역시 경영난에 허덕이는 언론 매체들이 문을 닫고, 기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언론인들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언론단체 중 하나가 ‘프랑스 기자 노조(Syndicat National des Journalistes·이하 SNJ)’다.

프랑스엔 SNJ 외에 CGT, CFDT, CGC, CFTC, FO 등 언론관련 노조가 30여개가 있는데, 회원 수만 놓고 봤을 때 프랑스 언론인 중 약 51%가 가입한 SNJ가 최대 언론노조다.

앙또니 벨랑제 SNJ 위원장은 “프랑스 언론노동조합 중 가장 먼저 생긴 SNJ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도 전에 기자역할과 기자윤리 등을 담은 프랑스기자헌장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어 1935년 기자위상을 정의하는 법규를 만들고 1937년 프레스카드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데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SNJ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설립됐다. 전쟁과 관련된 뉴스가 철저하게 통제받던 엄중한 시절, 프랑스 기자들은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기치로 SNJ를 출범시켰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서인데, 현재는 기자의 위상, 신분보장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프랑스 언론계에서 주목할만 한 것은 프랑스 정부가 매체 보호를 위해 연간 5억유로를 집행하고 있고, 기자 개개인에 대해선 연간 7650유로의 감세 해택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다양한 매체를 보호하기 위해 신문 용지대와 우편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매체 경영진이 이런 지원액을 착복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자들에 대한 세제 해택은 기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감안한 조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벨랑제 위원장은 “월급이 많지 않은데다 식사비, 교통비, 통신비 등의 비용을 지원하지 않은 언론사가 많다”며 “업무상 비용이기 때문에 기자들은 이런 비용을 제외한 수입만을 국가에 신고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전통매체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 도전에 고전하고 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자 수는 줄어들었지만 해야 할 일은 똑같기 때문에 정보의 질이 점점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 언론계도 언론사 간 속보경쟁 탓에 전반적인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고민을 안고 있다.

발랑제 위원장은 “독자들이 제일 먼저 나오는 기사가 좋다고 생각하다보니 언론사 간 속보경쟁이 불붙었다”면서 “하지만 출처를 확인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기사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남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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