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포된 임 병장…절규하는 아버지

제286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 조선영상비전 윤동진 기자


   
 
  ▲ 조선영상비전 윤동진 기자  
 
수상 소식을 들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내게는 큰 기회였지만 누군가에겐 큰 절망과 슬픔이었다. 지난 6월23일 고성 총기난사사건에서 목격한 임 병장과 절규하는 그의 아버지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생포된 임 병장…절규하는 아버지’는 혼자 이뤄낸 결과가 아니다. 현장과 취재 데스크에서 취재 방향을 잡아 준 사진부 선배들과 고성에서 같이 땀 흘리며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한 타사 선배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군 통제가 시작되기 전인 새벽에 현장진입에 성공한 덕분에 임 병장을 포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선택할 수 있었다. 민통선 근처 군용헬기장이 보이는 산과 임 병장이 군대와 대치중이라는 금강산콘도 부근, 두 곳이었다. 탈진 상태에 가까운 임 병장이 생포됐을 경우 헬기로 인근 병원까지 이송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오까지 그곳을 지켰지만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4km 남쪽의 금강산콘도로 이동했다.

금강산콘도 인근엔 수백명의 군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취재진은 아무도 없었다. 군 병력의 눈을 피해 사건현장보다 약 30m 높이에 위치한 옆 통일전망대 휴게소로 이동했다. 휴게소 옆에는 수풀이 우거진 길이 있었는데 수풀 속으로 들어가니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 산이 사건 현장임을 감지했다.

오후 2시50분쯤 현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거리에서 대기하던 중 군인들이 급하게 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몸을 숨기고 카메라를 들이댈 장소를 물색했다. 군인들의 눈을 피해 수풀 속으로 들어가 숨을 고른 채 망원렌즈로 임 병장이 생포돼 나오길 기도했다.

잠시 후 “아이고”라는 남자의 울음소리와 함께 체포된 임 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얼굴을 뒤로 젖힌 채 군인 셋의 부축을 받으며 호송되는 임 병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멈춰버린 시간처럼 뒤쪽에서 아버지가 절규하면서 아들을 향해 달려갔다. 무장탈영병 임 병장에 대한 유일한 기록이었다. 조선영상비전 윤동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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