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드러난 연료단지 진폐증

제28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TBC대구방송 서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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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BC대구방송 서은진 기자  
 
1986년 서울 상봉동 연탄공장 인근에서 발생한 진폐증 사건. 16살에 서울에 올라와 갖은 고생 끝에 연탄공장 옆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한 박길래씨가 공장에서 날아온 석탄 가루에 노출돼 진폐증 판정을 받은 사건이다. 박 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검은 민들레’라고 불렀다.

박 씨의 폐를 까맣게 만든 서울 상봉동 연탄공장은 초고층 주상 복합 건물로 바뀌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대구 안심연료단지 연탄공장은 아직도 시커먼 연탄을 찍어내고 있다. 연료단지가 들어선 1971년부터 현재까지 40년 넘게 인근 주민들이 연탄공장에서 내뿜는 석탄 가루 등 각종 먼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취재진은 재작년 1월 안심연료단지 먼지 피해 보도를 시작했다. 연료단지 먼지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제기된 해묵은 민원 정도로 취급됐지만 인근 주민들이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접었던 취재 노트를 다시 열었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는 인근 주민 28명이 진폐증에 걸렸다는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나온 최근까지 3년에 걸쳐 이뤄졌고 40년 만에 ‘검은 민들레’의 실체가 세상으로 나왔다.

충격적인 조사 결과에 주민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외면했던 대구시와 환경부가 연료단지 이전과 주민 건강 피해 보상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첫 공해병 사건인 ‘박길래 사건’ 이후 28년 만에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이 공장을 상대로 건강 피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연료단지 먼지 피해는 이제 첫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건강영향조사는 끝났지만 주민 건강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또 계속적으로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연탄공장을 그대로 내버려둘지 풀어야 할 실타래가 산더미다.

기자 생활 6년 만에 두 번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모두 지역 환경 문제를 취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부족한 취재 인력 탓에 매일 리포트 제작에 허덕이는 지역 방송사 현실에서 오랜 취재를 요구하는 환경 문제를 보도할 수 있었던 건 함께 땀 흘린 선배, 후배, 동료들의 희생 덕분이다. 다른 이들의 불행과 고통을 취재해 상을 받아 낯이 부끄럽다. TBC대구방송 서은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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