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조작,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제286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 한국경제신문 하헌형 기자


   
 
  ▲ 한국경제 하헌형 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두 달간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였다. 이 검사는 당초 신평사들이 그 해 9~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매겨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검사가 시작되자 금감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사 대상을 3개 신평사들이 최근 3년간 실시한 신용평가 전반으로 확대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장사’ 등 위법·부당행위를 다수 적발하자 검사를 대대적으로 확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5개월간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정상이라 보기 어려웠다. 신평사들은 평가 대상 기업에 “좋은 등급을 줄 테니 평가 업무를 맡겨달라”고 제안한 뒤 해당 기업의 신용평가 업무를 수주하는 식으로 공공연히 ‘등급 장사’를 해왔다. 신용등급을 낮출 계획이 있어도 기업이 부탁하면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로 등급 강등 시기를 늦춰주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부풀려지다보니 3개 신평사가 매긴 등급 중 A등급 이상의 비중은 2003년 41.7%에서 지난해 77.4%로 10년 새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취재하기란 쉽지 않았다. 검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신평사들의 ‘등급 장사’ 관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신평사들의 잘못된 평가를 그대로 믿고 투자한 탓에 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취재팀은 다른 통로를 통해 취재했고, 6월13일 금감원이 3개 신평사 임원들에게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는 사실과 신평사들의 위법 사례 다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기 전이다. 이번 검사와 제재를 계기로 국내 신평사들이 자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하헌형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