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고위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심사위원 호평 잇달아

제28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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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월 세월호 참사 관련 출품작 포함 67건 치열한 경합

기성세대의 탐욕과 무능으로 많은 생명을 잃은 4·16 세월호 참사를 전후해 우리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불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온 국민을 황망케했던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언론은 편파·왜곡보도와 함께 오보를 양산하고 유족을 모욕하는 보도로 ‘기레기’라는 오명을 들어야했다. 언론자유와 공정보도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배 언론인이나 최선을 다해 보도한 현장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조그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밤을 새고 땀 흘리며 뛴 기자들의 언론정신이 일부나마 살아 있기에, 한국언론은 거센 변화의 풍랑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보며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제28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시종 긴장된 분위기로 최근 수년래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일반 응모작 38건, 세월호 참사 관련 출품작 29건을 포함해 모두 67건이 경합했고, 수상작을 결정하는 과정은 오랜 산고를 겪은 것처럼 치열한 흔적을 남겼다. 통상 기자상 심사는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차적으로 심사위원들이 각자 평점을 매기는 예심과정을 통과한 작품들에 토론하고, 투표를 거쳐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한다.

이번 제286회 심사는 6월에 보도된 일반 출품작품과 함께 4~6월 3개월에 걸쳐 보도된 세월호 참사 보도 출품작품으로 나뉘어 공정하고 치열한 심사의 관문을 거쳤다. 정부 발표를 확인 없이 다루는 지나친 속보경쟁과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단편적인 취재대상으로만 취급한 비정한 기계적 보도에 대한 자성의 의미로 세월호 관련 보도를 아예 심사대상에서 배제하자는 일부의 주장도 나왔다. 그렇지만 심사위원단은 초유의 사건 속에서 우리 사회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현장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보도작품도 수상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3편이 선정됐다. KBS의 ‘문창극 총리후보자 역사인식 논란 등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고위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은 임명직 중 최고위급 공직자인 총리후보자에 대해 역사관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보도였고, 취재 과정에서 언론의 기본정신을 지켰으며, 후보자의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한 중요한 보도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부 내용을 발췌해 정도를 지키지 못했다는 제기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총리후보자 검증이라는 사회적 절차에 충실했고, 언론으로서 후보자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작품은 이번 심사에 출품된 67편에 대한 예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최종 투표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JTBC의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연속 보도’도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끈질기게 보도한 치열함과 함께 보도과정에서 엄중하고 성실한 태도가 일관되게 유지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어떤 언론보다 사안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가 진지했으며, 녹취록 등 다수의 특종을 만들었다는 점, 손석희 사장이 직접 현장에서 방송할 정도로 진심이 담긴 보도로 피해가족들에게 신뢰를 받았던 점도 호평을 받았다. 언딘과 다이빙벨 논란 등 다소 과도한 부분도 있었으나, 어느 매체보다 가장 돋보이고 성실하며 진지한 보도를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국일보의 ‘해양수산부의 해운단체 유착비리’ 보도는 여러 차례 관련 보도를 이어가면서 해운단체와의 유착 비리를 집요하게 제기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오랜만에 두 편의 수상작이 배출됐다. 경향신문의 ‘양극화-문제는 분배다’는 적절한 시점에 사회 현안을 다룬 기획력이 좋았다는 지적과 함께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새롭게 들여다 본 취재력도 높이 평가됐다. 반면 너무 익숙한 주제로 접근 방식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한국경제신문의 ‘신용등급 조작,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회사들의 조작 행위를 시의적절하게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사회의 근간인 신용과 신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짚었고, 사회적 문제 제기에 성공했기 때문에 후속 보도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국어사(死)전, 맥끊긴 민족지혜의 심장’이 수상했다. 사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라진 가운데 정보화 사회와는 동떨어지게 낙후된 사전문화의 현실을 잘 지적하고, 디지털시대에 가능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시사기획 창-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가 발로 뛰는 현장 취재로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는 데이터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라는 평가 속에 수상했다. 반면 후속 보도로 보도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TBC대구방송의 ‘40년 만에 드러난 연료단지 진폐증’이 선정됐다. 2년에 걸쳐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는 점과 함께 지역사회의 비리를 치열하게 파헤쳐 문제점을 밝힌 의미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 수상작인 조선영상비전의 ‘생포된 임병장…절규하는 아버지’는 현장의 긴박한 상황에서 사진기자가 임병장의 생포 장면을 순간적인 포착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마이뉴스의 ‘4월 16일, 세월호-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기법을 활용했고,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았으며, 특히 세월호 설계도를 놓고 정리한 내용들이 인상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경향신문의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검증보도, 동아일보의 송광영-김명수 검증보도는 모두 인사검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점에 대해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으나, 아쉽게도 예심 및 심사위원들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현장정신이 충일하고 국민 편에서 문제를 진단한 좋은 보도들이 이번 심사에서는 수상의 영예를 받지 못했지만, 향후 더욱 충실한 보도로 국민의 아픔과 시름을 달래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본격적으로 하한기에 접어들지만, 쉼없는 기자정신으로 언론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주길 기대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언론이 설 자리는 없다는 점에서 권력과 자본을 꾸준히 감시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정론의 길에 함께 할 것을 소망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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