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미안해 미치겠다"

이경원 SBS 기자, 언론의 유대균 박수경 보도 태도에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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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취재파일' 캡처.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과 유대균, 박수경씨의 검거로 언론이 앞 다퉈 자극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경원 SBS 기자가 이런 언론의 보도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경원 기자는 28일 SBS 기자들이 취재 뒷이야기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는 ‘취재파일’을 통해 유대균, 박수경씨의 언론 보도와 2007년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언론 보도가 너무나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2007년 가을은 신 전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으로 대한민국 학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썩어빠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시기였다”며 “그러나 신 전 교수가 청와대 간부와의 부적절한 불륜 의혹에 휩싸이면서 본질은 어느새 뒤로 물러나고 언론의 무게 중심이 신정아라는 팜므파탈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언론은 검찰에 소환된 그의 패션, 그가 맨 명품 가방의 가격까지 뉴스거리로 만드는 등 그의 일상을 해체해 거침없이 폭로했고 여론은 이를 날 것 그대로 소비했다”면서 “신정아 사건은 학력위조가 만연했던 대한민국 사회의 성장통이라기보다 막장 드라마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일 년 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희대의 스캔들은 징역 1년 6개월로 끝났고 신문의 사회면 2단 기사로 채워지면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며 “추석까지 반납하며 몇 달 생고생했던 시간이 여간 아깝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럼에도 유대균과 박수경씨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7년 전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호위무사’ 박수경씨가 미모와 함께 당당한 표정으로 연일 화제가 되자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를 ‘단독’이라며 앞 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면서 “심지어 세 달 간 오피스텔 안에서 유대균과 함께 뭘 했는지, 민망한 제목까지 뽑으며 기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작 유족들은 유병언과 유대균, 박수경의 조속한 검거보다는 세월호 특별법의 통과를 끈질기게 원해왔다”며 “반면 우리 사회와 언론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 넘은 지금, 유대균과 박수경에 더 분노하고 일부 언론은 되레 유족과 선을 그으며 그들이 감정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우리 사회와 언론이 유대균과 박수경을 다루는 방식은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된 여성관으로 반감을 무차별하게 배설하는 방식”이라며 “심지어 그들의 일상을 해체하며 묘한 쾌감을 얻는 관음증까지 7년 전 신정아 사건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병언과 유대균, 박수경을 검거하느라 진을 뺐던 그간의 100일이, 아이들에게 미안해 미치겠다”면서 “신정아 사건 일 년 후, 한 선배는 ‘작년엔 대한민국이 미쳐 돌아갔었으니까’라고 말했다. 2015년 어느 날, ‘작년엔 대한민국이 미쳐 돌아갔어’라는 말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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