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일보 이진희 기자 황교안 배상 판결 재판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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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7월25일자 12면 캡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검사 시절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한국일보 보도가 최근 2000만원 배상과 정정보도 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 이진희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가 “패소 판결은 의외였다”며 반발했다.


이진희 기자는 25일자 한국일보 12면 ‘기자의 눈’을 통해 “판결문에서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한 근거 자체가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김용철 변호사가 여러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상품권을 준 시기, 상품권 액수를 진술한 내용이 엇갈려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김 변호사는 정확한 날짜와 액수를 기억하지 못할 뿐 ‘1999년 상품권을 줬다’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며 일관성의 판단기준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한국일보가 상품권 수수 사실을 확인한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대해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일보는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켜야 했고, 현직 공직자들이 포함돼 신원을 밝히지 못한다고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마치 아예 취재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했다”고 반박했다.


또 “판결문에는 한국일보가 조준웅 등 삼성특검 관계자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 없이 기사를 보도했다고 돼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특검 핵심 관계자에게 확인 통화를 한 것이 나였고 당시 특검 관계자의 뉘앙스는 충분히 사실을 인정하는 정황으로 받아들일 만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재판부가 삼성특검 수사기록도 보지 않은 채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부는 비공개로 진행된 삼성특검 수사를 거쳐 무혐의 처분됐다는 황 장관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한국일보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삼성특검 수사기록을 보고 판단하자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특정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면 법원이 명예훼손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 자체를 틀리게 파악했다면 그 판결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배호근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황 장관이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한국일보 종이신문 1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관련 인터넷 기사를 삭제할 것 등을 명령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0월4일 황 장관이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을 무혐의 종결한 뒤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검찰 관계자와 삼성그룹 구조본부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한편 한국일보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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