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순례나선 세월호 아버지의 슬픔

[7월24일 아침 라디오시사프로그램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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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말말


“아기들이 태어났을 때 백일을 해 주지 않습니까? 잔치를 벌려줘야 되는데, 저희는 제대로 된 특별법도 못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100일을 맞아서 잔치 대신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라고… 그래서 100일에 대한 선물을 해 주고 싶은 거죠.”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리 행진을 시작한 취지를 설명하며 한 말.

“머리카락, 눈, 코, 입 하나하나 어루만지듯이 그리게 되요. … 그리는 동안 아이들이 제 마음 속에 하나씩 살아나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박재동 화백이 PBC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한 말.

“수사권 부여,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풀릴 수 있다며 한 말.

“한마디로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처절한 몸부림 야합이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7·30 재보궐 선거 야권 후보들 간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비꼬며 한 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실종자가 10명이나 되고,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제자리걸음이다. 참다못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도보 순례로, 국회 앞 단식농성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진상규명 뿐”이라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희생자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경기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국회의사당과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지난 23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리 행진을 시작했다. 185명의 가족들이 23일 안산을 출발, 국회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과 합류해 24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다는 계획이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100일 기념 선물로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특별법 제정은 멈춘 상태다. 전 부위원장은 “초유의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서는 수사권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초유의 사건이면 초유의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져야지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건지,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지,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도 이날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역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해난 구조에 대한 매뉴얼이나 경험이 부족했던 정부의 사고 초기 대응 미흡이 지금까지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100일까지 오게 된 원인 중 하나”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서는 다시 이러한 참사가 재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를 일부에선 색안경을 쓰고 본다. 어버이연합과 같은 극우단체는 “유가족이 벼슬이냐” “가족을 죽여놓고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원하냐”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 뿐이다. 전 부위원장은 “저희가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걸로 인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진상규명 외에 이익적인 부분이 나와 있는 내용은 저희 법안 자체에 없다”고 밝혔다.

답답한 마음에 십자가 순례에 나선 두 아버지도 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김웅기 군의 아버지와 이승현 군의 아버지, 누나가 안산 단원고부터 시작해 팽목항까지 약 750km의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지 오늘(24일)로 17일째를 맞는다. 두 희생 학생의 아버지는 5kg이 넘는 십자가를 지고 이동 중이다.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는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나 사후 문제 처리에 대해서 너무도 유족들 마음과는 달리 진행이 되는데 답답함을 느꼈다”며 “평화적이면서도 사람들의 가슴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에 이 순례길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아버지가 걷는 동안에도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 움직임은 전혀 진전이 없다. 이 씨는 “저희들이 십자가를 지고 먼 길을 순례를 하는 동안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세상이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배사고 건 열차사고 건 사고는 어떤 현장에서 어떤 시간에 날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사고 이후 처리 과정”이라며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는 그 부분에 유족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유족들이 슬퍼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잊혀져가는 슬픔도 털어놨다. 그는 “국민들이 이것을 단순 사고로 여기고 옛날 얘기처럼 잊어가는 그런 분위기가 돌 때면 너무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세월호에 대해서 이해해주시고 세월호 유족들이 상상 밖의 고통과 아픔과 싸우면서 버텨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신다면 유족들이 조금 더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소신 있게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세월호 진상규명은 정부와 국회가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그 일들을 제대로 못하면서 자식, 가족 잃은 유가족들이 곡기까지 끊게 만드는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서 “정말 안타까운 심정에서 가족들의 단식을 좀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 지정에 조금이라도 힘이 실리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에서 (단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빚는 책임을 새누리당과 정부에 물었다. 그는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당시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고 혁신하겠다, 도와 달라, 이렇게 외쳤는데 이제 와서는 태도가 많이 바뀌고 달라진 모습”이라며 “국정조사 과정이나 특별법 협상 과정을 보면 정말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가, 이것이 그냥 이렇게 잊혀지고 묻혀지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별법 제정에서 쟁점이 되어 있는 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결단해야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수사권 부여를 반대하는 것은 청와대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를 피하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미다.

유 원내대변인은 “수사를 한다면 도대체 그 시간에 청와대와 컨트롤타워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제대로 조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청와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협상의 재량권을 가지고 합의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지연되고 시간끌기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들 분들은 4월 16일 이후에 몸과 마음이 다 치유를 받아야 될 분들이지 지금 이렇게 곡기까지 끊고 단식을 해야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오늘이라도 적극적으로 새누리당이 나서서 정말 진실규명이 가능한 그런 특별법이 꼭 합의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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