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사장후보 KBS 어디로 이끌까

공영방송 회복 우선과제…'청영방송' 오명 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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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환영 전 사장 후임에 ‘부적격 후보’로 평가되던 조대현 전 KBS 부사장이 내정됐다. 조대현 후보가 선장이 될 ‘KBS호’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연합뉴스)  
 
KBS 양대노조가 선정한 사장 ‘부적격자’에 이름을 올린 조대현 전 KBS 부사장이 지난 9일 KBS 이사회에서 차기 사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장 선임을 위한 특별다수제와 사장추천위원회를 거부한 KBS ‘밀실 이사회’의 선택은 ‘최악’ 대신 ‘차악’이었다. 조대현 후보에 대한 사장 임명제청안은 현재 청와대로 넘어간 상태이며, 조만간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길환영 전 사장이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선출된 이후 임명장을 받을 때까지 정확히 2주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주면 취임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대현 사장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4개월. 그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길환영 전 사장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보도·제작에 노골적으로 개입해온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해임됐다. 따라서 그의 후임이 될 조대현 사장 후보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청영방송’이란 오명을 벗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하지만 조 후보의 과거 행적과 사장 면접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 때문에 ‘도로 길환영’ 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길환영 전 사장 해임 과정을 거치면서 KBS 내부에선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요구가 분출했다. KBS 기자협회는 보도·시사제작국장 임명동의제 실시와 뉴스 모니터위원회 설치, 탐사보도팀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보도독립·뉴스개선에 관한 안을 마련해 지난 7일 총회에서 96.3%의 찬성으로 추인을 받았다. 이세강 보도본부장도 조건 없는 수용을 약속했다. 심인보 KBS 기자협회 정책1국장은 “사장이 누가 오더라도 제도적으로 보도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자사회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 안이 관철되기만 하면 전과 달리 무력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PD협회도 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내적 장치 필요성에 공감하고 총회를 통해 주요 국장 직선제에 대한 총의를 모았다. 기획제작국장·교양문화국장·편성국장·협력제작국장·라디오1국장이 대상이다. 이병용 PD협회 사무국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PD협회 차원에서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드시 직선제 실시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경영협회·방송기술인협회·PD협회 등 4대 협회도 지난 10일 공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장책임제와 인적 쇄신, 지배구조 개선 노력 등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또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 △취임 1년 뒤 신임평가 실시 △국장책임제 도입 △부당 인사 원상회복 및 인적 쇄신 단행 △대화합 조치 실시 등을 차기 사장의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조대현 후보는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 면접에서 국장 임명동의제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제도까지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개혁 요구안에 대한 거부 입장이 공론화될 경우 또 다시 ‘사장 불인정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4대 협회는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보직사퇴와 제작거부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노조는 비교적 신중한 분위기 속에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조 후보가 제대로 된 개혁 의지를 밝히지 못할 경우 역시 ‘부적격 사장’임을 분명히 하고 반대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수 노조이자 교섭대표 노조인 1노조는 모 이사가 지난 9일 일부 사장 후보자 면접 과정에 불참한 것을 두고 ‘절차도 무효, 후보도 부적격’이라고 주장하며 인사청문회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될 방송법 개정안의 취지를 받아들여 조대현 후보가 공영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장인지 가려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청문회 개최 가능성은 낮다. 지난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조대현 후보가 청문회 수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가 노조 등의 요구에 대해 일부 수용하는 입장을 보인다 해도 향후 단체협상을 통해 이를 명문화 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길환영 전 사장 역시 취임 당시 ‘제작과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사공동 TF팀’을 구성하는 등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생색내기용에 그쳤다.

내년 차기 KBS 이사회와 사장 선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와 원 구성을 볼 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언론노조는 “방송 공정성 법안 논의를 더 이상 지연시키는 것은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대선공약을 즉시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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