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죽이기? 아니 살리기!

[스페셜리스트 | 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 방안에 포함됐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의 7월 국회처리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그동안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새누리당이 최근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직무 연관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에는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때맞춰 국회에서 진행 중인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청와대가 사건발생 초기 상황파악도 못해 우왕좌왕하면서도 대통령 보고에만 급급해하는 등 정부가 부실하게 대응한 실상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해경의 복무규정 위반과 증거인멸 혐의도 드러났다. 참사를 초래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응당 책임을 묻고, 관피아 폐해 근절 방안도 제대로 마련돼 앞으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재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접근법은 공직사회 죽이기에 편향돼 있다. 관피아 폐해 근절의 근본 목적은 오히려 공직사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OECD 회원국의 경우 정부부문이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5.5%다. 반면 우리나라는 6.5%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중이 30%에 달하는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선진국들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공무원들은 매년 여름철마다 곤욕을 치른다. 실내온도가 30도를 넘는데도 절전을 위해 에어컨을 안 틀어 찜통 더위 속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는 같은 연령, 같은 스펙을 가진 민간인에 뒤진다. 그나마 공무원법상 정년도 제대로 안 지켜진다. 한마디로 고생은 심한데, 대우는 신통치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깨끗한 공직윤리만 강조하면서 재취업은 무조건 막고, 부정비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처사다. 이런 접근법은 결국 공직사회를 죽이고 젊은이들이 공직사회를 기피하게 만들 것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경쟁력이 없다면 국가가 발전할 수 없고 그 최종 피해자는 결국 국민일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의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국민의 공복으로서 자부심과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공무원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보다 투명하고 깨끗해져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나? 부패한 공무원이 음지에서 활개칠 수 있도록 자양분을 제공해온 부패한 민간사회의 개혁이 함께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부정한 금품을 제공한 자도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또 부정비리에 대한 시장감시와 규율장치도 강화되어야 한다. 주주대표소송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극 활용하고,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상법 개정안도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직원이나 노조 대표(추천 인사 포함)가 회사경영에 참여해 경영에 대한 감시, 견제는 물론 협력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노사공동결정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부터 낙하산 인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청와대가 공공기관은 물론 이미 민영화된 지 오래인 옛 공기업의 경영진 인사에까지 부당하게 관여하고 정치권이나 대선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들을 낙하산으로 내리꽂는 관행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공직사회의 정상화가 요원하다.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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