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자위권의 미래

[글로벌 리포트 | 일본]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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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반대하는 시위에 일본 젊은이들의 얼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 데모 참가 정보가 확산된 것도 한몫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반발이 세대를 뛰어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해석에 대해서 일본의 대학생들은 과연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 찬반의견을 물었다. 35명의 수강생 중 8명이 의견을 보내왔다. 각의 결정을 찬성하는 의견이 6명, 반대가 2명이었다.

반대의견이 50%를 넘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른 결과이지만 일본 젊은이들의 생각을 일부 엿볼수 있고, 이 문제를 둘러싼 일본사회의 움직임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학생 A는 “이번 결정이 한국과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작금의 동아시아 정세를 생각한다면 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찬성이유를 밝혔다. 학생 B는 “군대를 가진다는 것이 곧바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단 자위권 행사=전쟁’으로 해석하는 반대론자의 시각에 부정적이었다.

또 다른 학생 C는 “중국과 한국이 영토분쟁에서 일본을 적대시하고 있다”며 “영토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미국은 일본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찬성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 D는 “자위대의 국제적인 지위가 애매하다”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평화주의는 “일본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것”이라며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의 영토분쟁등을 보면 적극적인 평화주의라는 입장에서 집단적 자위권 용인은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학생 E는 해석변경이 아닌 9조 개헌도 찬성한다는 의견이다. 동지나해의 영토분쟁, 센가쿠(중국명 조어도)열도에서의 중·일 영토분쟁에 대처하기 위해서 집단적 자위권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들어보자. 여학생 F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각의 결정이 아닌 국민투표를 통해서 찬반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의 대국민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적었다.

남학생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밝힌 학생 G는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해석을 180도로 바꾸는 것은 전후 일본이 지켜온 평화주의를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찬성하는 학생들은 눈앞에 닥친 문제(중국의 급부상, 영토분쟁, 중·일, 한·일 관계악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현실주의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반대의견은 헌법을 둘러싼 법치주의와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삼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다하지 않고 힘의 논리를 앞세워 각의 결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학생들조차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의원 선거때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겠다는 선거공약이 매니페스토에 있지 않았냐”면서도 “집단적 자위권 용인은 바라지 않지만 아베 총리를 선거에서 뽑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낀다”는 한 대학생의 방송 인터뷰 내용은 인상적이다.

언론의 비판적인 논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의견 분포가 편향되어 있는 것은 방송보도의 영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에 부정적인 언론도 중국의 군비확장을 우려하고, 영토를 둘러싼 베트남,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실력 행사, 일본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 전투기나 군함의 화면은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뉴스거리이다. 이런류의 사실보도가 증가할수록 무력행사 포기를 명기한 평화헌법 9조는 일본의 안전보장을 가로막는 미국이 강요한 족쇄라는 이미지를 확대재생산시키고 있다. 이런 환경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한·일 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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