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후보 검증한 KBS, 이를 공격하는 언론

[언론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  
 
중앙일보 출신 문창극 총리 후보가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문 후보로 인해 드러난 언론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언론이 사실에 기반 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다. 견해나 보는 관점이 다른 경향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지면을 사유화하거나 진영 엄호를 위해 사실과 진실에 눈 감는 것조차 경향성이라고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되살아난 제 식구 감싸기
중앙일보가 자사 출신 문창극씨를 감싸기 위해 나섰다. 공직자 후보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를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라 하면서 청문회에서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문회에서 진실을 가릴지 사퇴할지는 후보자와 정치권의 판단일 뿐이었다. 청문회 실시 여부와 무관하게 언론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 고유의 기능임을 중앙일보가 모를 리 없다. 사실 중앙일보의 이중성은 중앙일보가 다른 공직자 후보, 특히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시절 공직자 후보와 관련한 보도를 어떻게 했는지 비교해보기만 하면 금방 확연해질 일이다.

이는 중앙일보의 제 식구 감싸기 정서가 작동한 탓이다. 혹 지면과 방송 시간을 사유화하는 도덕적 해이는 이미 우리 언론에 만연해 있고, 언론인들도 이런 보도들에 둔감해져 있는 것은 아닐지 반성해볼 일이다.

진영 엄호를 위해 유린되는 저널리즘

MBC의 행태 또한 심각했다. MBC는 150분 정도의 긴급토론회를 편성하고, 문 후보 동영상 시청에 40여 분을 할애했다. 국가 행정에서 총리의 위상과 기능이 중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총리 후보에 관한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MBC의 우국충정(?)에 감복해야 할까? 총리 후보에 관한 논란이 진실에 기반해 마무리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사실 속에서 진실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이를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그렇다고 ‘날것’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은 아니다. 저널리즘 조직으로서 MBC의 무능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공직자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되면 매번 관련 자료를 삭제 없이(?) 그대로 내보낼 것인가? 백번 양보해 총리 후보에 대해서라도 그렇게 할 것인가? 무망한 일이다.

MBC는 결국 자신이 속한 진영(?)의 위기의식을 대변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으로서 그런 무리수를 둘 수는 없다. MBC의 토론 프로그램 편성 이후 KBS 보도를 광우병 보도에 비유한 동아일보 칼럼, KBS 보도 인용을 반성한다는 TV조선 앵커의 발언, 문창극 후보 동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청문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이 모 서울대 명예교수를 출연시키거나 발언을 인용한 TV조선이나 조선일보 보도 행태 등등 역시 안대희 낙마에 이어 문창극마저 낙마하면 정치적으로 밀린다는 진영 엄호 논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해답은 언론의 독립
이들의 보도 행태는 역으로 길환영 사장 퇴진 이후 보도를 통해서 방송의 독립성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 KBS의 존재감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보수언론들은 KBS 보도를 심의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KBS 보도가 ‘사장 공백의 혼란’ 상태를 틈타 정연주 사장 시절 뿌려 논 ‘점령군’들이 벌인 일이라고 몰아갔다. 그러나 뒤집어 진실을 표현하면, 정부 옹호를 위해 뉴스에 개입하였던 사장이 물러나고 일시적으로 ‘독립성’을 회복한 상태에서 자유롭던 정연주 사장 시절과 이명박 정부의 탄압을 경험하며 언론인으로서 자의식이 강화된 ‘독립군’들의 진정한 저널리즘 실현이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KBS의 차기 사장 임명이 중요하다. ‘그들만의 리그’를 회복하려는 수구 세력들의 방송 장악이 다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의 요구인 사장후보추천위원회나 국회도 적용하고 있는 특별다수제를 위법하거나 부당한 권리 제한이라면서 거부한 여권 이사들의 행태가 그 신호탄이다. 여전히 KBS 독립성 유지를 위한 내부구성원들의 단결과 저항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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