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 물망 시점에 세월호 3억원 기부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한겨레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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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최현준 기자  
 
“도대체 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작업은 ‘의심’과 ‘확인’의 연속이었다. 짧은 기간 벌어들인 높은 수익에 대해 그가 해명할 때마다 확인 작업을 진행했고 적절하지 않음을 증명해 갔다. 안 후보자의 ‘세월호 3억원 기부’ 및 ‘10개월 27억원 소득’ 등의 단독 보도는 그렇게 나왔다.

안 후보자는 ‘5개월 17억원 소득’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수익의 30%에 가까운 4억7000만원을 기부했다며 여론을 되돌리려 애썼다. ‘많이 벌었지만 좋은 일도 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라며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을 우회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여태껏 별다른 기부활동을 하지 않던 안 후보자가 왜 지난해 말부터 거액의 기부를 시작했을까? 이 궁금증으로 시작된 취재 과정에서 안 후보가 비교적 최근에 세월호 유족들에게 3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총리직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 보도하자 안 후보 쪽은 “총리직과 연관성이 없다. 마음이 아파 기부를 한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거꾸로 접근했다. 그가 총리 후보를 통보받은 시점을 확인한 것이다. 확인이 쉽지 않았지만 후보자 주변을 취재한 결과 3억원 기부 시점과 총리 후보직 통보 시점이 거의 겹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거액 기부가 순수한 의도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권력을 얻기 위한 그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전관예우와 고소득이 문제가 되자,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변호사 개업 이후 늘어난 재산 1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역풍을 맞았다. 3억원 기부 사실과 맞물려 “돈으로 권력을 사려 한다”는 비판이 높아진 것이다.

그가 차라리 기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3억원이 아니라 이전에 기부했던 액수인 5000만원 정도만 기부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지금 총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과도한 권력욕이 악수를 두게 한 것은 아닐까?

안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면서 법조계 인사들에게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것 아니냐?” “많이 버는 게 문제인가, 잘 쓰는 게 중요하지”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관예우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그들은 당당했다. 대법관을 지낸 것도 능력이고, 그 능력만큼 버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식이었다.

이번 보도로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다시 한 번 일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큰돈을 번 경우, 권력까지 함께 갖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아쉬운 점은 그의 낙마가 총리 후보 지명 6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한겨레와 다른 언론사가 준비한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련 기획이 보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6·4 지방선거로 이슈가 전환되면서 보도를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 후보에 이어 문창극 후보까지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 쪽에서 그런 의견이 나온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소비자에게 “대충 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시대착오적인 대응이다. 소비자는 하자 없는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다. 깐깐한 눈으로 필요한 최적의 물건을 찾는다. 한겨레 최현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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