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지휘부 합참설계도 외부유출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YTN 김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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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TN 김문경 기자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국회쪽에서 합참설계도 유출은 ‘국방부가 갑질을 한 사건’이라는 자료가 나왔다. 북한의 잠재적 위협인 전자폭탄을 대비하는 EMP방호시설 설계도를 만들어 국방부에 제출한 업체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기밀이라던 EMP방호시설은 결국 EMP시공 경험이 전무한 업체가 이 업체의 설계도를 활용해 공사를 했고,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눈 감았다.

업체 측은 국방부에 설계비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이 업체와 정식 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서 줄 수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 업체의 민원을 받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방부에 권고해 기무사가 한 차례 조사에 나섰다. 기무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국방부에 회수할 것을 건의하지만 ‘기밀급’으로 분류하고도 더 이상 수사하지 않고 손을 놓아버렸다.

이유는 설계도가 유출된 시점이 군사기밀로 분류되기 전이어서 ‘군사기밀’이나 ‘대외비’라는 직인이 찍혀 있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군사기밀인 합참 전쟁지휘부 설계도가 고스란히 외부에 유출돼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국방부는 2년 가까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지난해 8월 쯤, 인천에 있는 설계업체를 찾아갔다. 업체측은 설계비를 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 하면서도 806 EMP구축사업을 앞두고 있어서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기사가 나가면 국방부로부터 미움을 사 차기 사업수주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취재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사를 홀드하고 관련 자료를 하나씩 수집해 나갔다. 그런던 올해 3월 중순 쯤인가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세상에 드러내놓고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자칫 기밀유출로 사법처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이 후 한달 간의 자료 수집을 끝내고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다시 한 달 가까이 보도를 미룬 끝에 기사화 했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국방부 검찰단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모두 13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압수한 자료도 1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설계도를 갖고 있던 업체 측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음은 물론이다. 2년 동안 나몰라라 하며 뒷짐을 지고 있던 국방부는 관련보도를 통해 정확한 팩트와 내부문건을 들이밀자 합참설계도가 포함된 EMP방호시설 설계도는 기밀에 해당된다고 뒤늦게 밝히고 군 검찰을 동원해 수사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가 정말 ‘갑질’을 했는지는 수사결과를 통해 증명이 되겠지만, 군 기밀이라는 이유로 힘없는 한 민간인을 철저히 농락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업체는 보유하고 있던 설계도 마저 압수수색 과정에서 모두 빼앗기면서 지금은 거의 폐업 직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기사는 순전히 업체 측의 이 같은 용기때문에 빛을 봤음을 분명히 밝힌다.

한 번 터지면 항공기에서부터 자동차, 컴퓨터 시뮬레이션화된 전쟁지휘부의 전자기기를 무력화시켜 핵무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알려진 게 EMP탄이다. 이 때문에 EMP방호시설은 군부대뿐만 아니라 민간 중요 시설 등 도처에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공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 EMP의 위협에 맞서려면 돈을 들이더라도 제대로 짓던가, 그렇지 않다면 지으나 마나한 것에 예산이 헛되게 쓰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MP방호시설이 포함된 합참설계도 유출로 시작된 이번 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YTN 김문경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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