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합참 설계도 외부 유출' 국방부 안이한 사업자 관리 경종 호평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 페이스북
  • 트위치
기자상 심사위원회, 세월호 관련 보도 284~286회 종합 평가하기로

근래 보기 드문 과작이었다.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32개로 평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기자상 심사는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차적으로 심사위원들이 각자 평점을 매긴 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작품들을 토론대상으로 삼아 최종 선정한다. 5월에 보도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285회 심사가 유독 어려웠던 이유의 하나는 한국사회가 그렇듯이, 한국 언론 역시 아직 4·16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체 출품작의 3분의1 가량이 세월호 관련 취재 보도 또는 기획, 전문보도 부문에서 나왔다.

이에 세월호 관련해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두 차례의 논의 끝에 내린 처리방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밑둥을 뒤흔들어놓은 세월호 참사는 언론 역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일부 취재과정에서 벌어진 지나친 속보경쟁과 유가족들이 슬퍼할 권리를 제대로 존중해주지 않은 부주의 탓에 한국언론은 집단 몰매를 맞았다. ‘기레기’라는 말을 남겼듯이 세월호 현장 취재에 나섰던 많은 젊은 기자들은 진도 팽목항과 안산 등지에서 거센 항의와 질타의 대상이 됐다. 그로 인해 일부 기자들이 정신적인 상처를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일부 언론 보도에 질타를 퍼부은 국민들은 물론 언론 스스로도 아직 세월호가 던진 교훈을 갈무리 하지 못한 상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량의 길고 짧음과 속도의 빠르고 늦음을 따지는 것이 성급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례대로 진행됐던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1차 예심에서 적지 않은 심사위원들이 세월호에 대한 평점을 하지 않거나, 일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심사위원들 역시 세월호의 충격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였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세월호 관련 보도를 일괄적으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 되건간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심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이에 적어도 세월호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모든 관련기사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로 정리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번 달 심사과정에서 다시 한번 세월호 기사에 대한 평가지침을 논의한 결과 다음달 제286회 심사에서 세월호 관련 284~286회의 3회 동안 출품된 세월호 보도를 한목에 평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많은 기자상이 있지만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이 언론 종사자들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인 이유는 동업자의 눈높이에서 좋은 작품을 선정,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유일한 기자상이기 때문이다.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세월호 보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언론 역시 아직 충격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화자찬과 자축을 주고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까닭이다.

YTN의 ‘전쟁지휘부 합참 설계도 외부유출’은 군 납품과정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추적한 점은 호평을 받았지만, 언론이 주도적으로 이슈를 발굴했다기보다는 국방부를 상대로 건설수주작업을 벌였던 업체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데 앙심을 품고 합참 설계도를 유출했고, 일부 선행보도도 있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군검찰의 수사착수 계기를 마련하는 등 국방부의 안이한 사업자 관리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록 해당 업체가 작성한 설계도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국방부가 사업 수주단계에서부터 엄격한 ‘비밀준수’ 등의 단도리로 업체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한겨레신문의 ‘안대희, 총리 물망 시점에 세월호 3억원 기부’는 안 총리 지명자의 의심쩍은 기부금을 짚어내 검증 여론의 물길을 돌렸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인사청문회의 파고를 넘기 위한 ‘카드’로 기부가 사용됐다는 점을 잘 파고들었다.

태권도계의 비리는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돌도 잘 깎으면 옥석이 된다. SBS가 내놓은 ‘현장21 각본대로 선발전’은 심사위원들 간의 토론과정에서 진가가 더 잘 드러났다. 태권도협회 전무가 승패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포착해 고발해내는 과정에서 들인 품이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매달 평균 7편 안팎에 달하던 수상작이 3편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다음 달이면 본격적으로 하한기에 접어든다. 하지만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적인 혼란 속에서 언론의 책무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제286회 심사에서는 현장의 땀방울과 기획의 날카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출품작이 보다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2014년도 2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 후보작으로 출품된 작품은 국민일보의 ‘자살이란 이름의 질병’ 시리즈를 비롯해 모두 4편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감이나 암과 다를 바 없는 치명적 질병으로 번지고 있는 자살의 사회학적 의미를 심층탐구해 균형잡힌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국민일보의 작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1부, 2부로 나누어 전체 10편의 시리즈 기사는 4가지 심사 기준 중에서 사회적 영향력과 취재력, 논리적 설득력 등 3개 부분에서 다른 작품을 압도하는 점수를 받았다. 2010년 인구 10만명 당 33.50명의 자살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29명의 2.5배를 넘어선 한국은 ‘자살대국’이라는 부끄러운 멍에를 쓰고 있다. 국민일보 작품은 정부가 2004년 수립한 ‘국가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 등의 사회적 자살예방 노력과 치료의 현주소 및 대안을 찾아나섰다.

한 가지 자살예방을 주제로 진행한 시리즈 기사임에도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엄수하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시리즈 기사 도입부부터 ‘자택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진통제 두 상자를 한움큼 입에 털어 넣었다’는 등 자살 장소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기자협회가 제시한 6가지 기준 가운데 두번째 기준을 어긴 것으로 지적됐다. 권고기준은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살보도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 모든 기사를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과 종합병원 정신의학과장의 감수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필요 이상의 묘사를 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이 4가지 심사 기준 가운데 유독 자살보도 가이드라인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까닭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기자상 심사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