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유감

[언론다시보기] 김준현 변호사·민변 언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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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현 변호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라고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처분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논란이다. 법외노조로 본다는 것은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판결을 두고 역사의 시곗바늘이 전교조가 합법화된 1999년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가 합법화된 것은 1999년이지만 전교조 설립은 1989년에 있었다. 당시 교직원의 노동조합 설립은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이른바 비합법노조였다. 정부는 전교조에 가입하여 노조활동을 하는 교사들을 해고토록 지침을 내렸고 약 1500여명의 해직교사가 발생했다. 이른바 전교조 사태다. 이번 판결은 다시 1989~1999년 상태의 법외노조로 전교조의 지위를 되돌린 것이다.

적어도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운 점은 2가지다. 법률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인지는 법관의 몫이지만 합리적인 관점이 있어야 한다. 법률 규정의 문언에 따라 형식적으로 판단하면 법외노조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위임입법의 한계라는 헌법상 원칙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간단히 말해 법체계상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위임하지 않은 사항은 행정부처가 제정하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정할 수 없다는 법리다. 실제로 국회에서 입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는 이미 설립된 노동조합의 규약을 고치지 않는다고 하여, 법외노조로 통보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 조항은 고용노동부가 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의 2항에 있다. 따라서 상위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지 아니한 내용을 하위법률인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인 법률이라 할 것이다.

1심 판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판결문은 “노동조합의 실체를 갖추지 못한 노동조합이 난립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구체적인 사항에 관하여 위임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헌법 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립된 노조에 대하여 행정부처가 법외노조, 즉 노조설립을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하더라도 정당하다며 행정부처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법조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항소심에서 충분한 심리와 판단이 있길 바란다.

다른 하나는 법률개정의 필요성이다. 대법원은 노조법의 법률규정과는 다르게 산업별·지역별·직종별 노동조합의 경우 해고된 노조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유독 공무원이나 교직원에 대하여는 이런 판례와 다르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해고된 교직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률 규정은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였듯이 해직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는 드물다. 독일이나 영국은 교사가 아닌 사람도 얼마든지 교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프랑스도 해직했거나 은퇴한 교사의 가입을 보장하고 있다. 국제교원노조(EI)는 지난 18일 “퇴직자와 해직자에게 노동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항”이라면서 “EI와 소속 전세계 교원노조들은 한국의 교사들이 기본적인 시민권도 향유하지 못하는 점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문제되는 법률조항에 대한 개정논의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전교조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논의가 불거진 이후 지난해 한명숙 의원 등은 교원노조법 상 조합원의 자격을 국제기준에 맞게 ‘교원으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자’로 개정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심상정 의원 등도 ‘교원자격증’을 가진 자를 교원노조원으로 인정하는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법률안은 아직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입법활동은 시대를 따르지 못하고, 법원은 과거 잣대로 현 상황을 판단한다. 아마도 대법원 판단보다는 국회 입법이 더 빠른 해결책일 수 있다. 정부가 부르짖는 ‘규제완화’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가로막는 노조관계법에서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 김준현 변호사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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