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 기사 공유했다고 정직 1개월…"공포의 MBC"

신지영 기자 정직 1개월·권성민PD 대기발령
입김 강해진 보직간부, 부당인사로 조직 통제
경력기자 면접서 '보수냐 진보냐' 사상검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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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9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여의도 사옥 앞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반성과 부당 징계 등에 항의하는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MBC본부)  
 

세월호 참사 보도 반성에서 제작 자율성 문제로 확산된 KBS 사태를 보며 세월호 유가족 폄훼 리포트와 보직간부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MBC의 침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구성원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안광한 사장과 보직 간부들의 ‘공포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간부들 눈에)미운 놈들을 하나하나 찍어 내쫓는 동시에 저항하면 똑같이 대접해주겠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프랑스혁명 말 공포정치를 한 로베스피에르와 같다.”

안광한 사장 취임 이후 거듭된 부당 징계·전보에 한 중견기자가 울분을 토했다. 안 사장 취임 3개월이 조금 지났지만 변방으로 내쫓기고 정직으로 회사에 발길조차 끊게 한 기자·PD들만 이미 10여명이 넘었다. 비판, 감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이 같은 ‘입막음’에 일선 기자·PD들은 깊은 한숨만 내쉴 뿐, 속수무책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입사 3년차인 예능국 권성민 PD를 ‘대기발령’ 냈다. 명목은 회사 명예 실추. 오는 9일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예능PD 48명은 즉각 “얼마나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웃음을 만드는 일이 업인 소위 ‘딴따라’인 예능 PD가, 그중 막내가 사과 글을 올렸겠는가”라며 “경영진의 온당한 반응은 부끄러움, 미안함, 가슴 아픈 반성이다. 불의한 처벌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신지영 기자는 정직 1개월을 받았다. 지난달 7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조급증이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밀었다는 내용의 데스크리포트가 출고되기 전 다른 부서원들이 볼 수 있게 해 업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유족 폄훼 논란이 일었던 이 기사를 신 기자는 당시 동기 SNS 대화방에 공유하며 우려를 표했다. 기자들은 “논란이 될 수 있는 기사를 걱정하며 같이 판단해보자고 한 것을 외부 유출이라며 징계 한다”며 “인사위 회부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인사도 횡행하고 있다. 보직 간부 의견에 조금이라도 반발하거나 다툼 소지가 있으면 간부들은 인사권을 앞세워 내쫓는 양상이다. 법원에서는 수차례 사측에 “인사권 남용”을 경고했지만 전혀 거리낌이 없다. 지난달에는 15년차와 14년차 기자 2명을 취재·보도 업무와 무관한 경인지사로 보냈고, 앞서 한창 현장에 있어야 할 6년차 기자들도 외곽으로 쫓아냈다. 부정확한 사실과 논리에 기사 작성을 거부하면 인사평가 최하등급이 부여되기 일쑤다.

이처럼 안광한 사장 체제에서 보직 간부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기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안 사장은 인사평가에서 상향식 평가를 폐지했다. 한 기자는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다. 보직 간부들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기자들도 국장, 부장을 평가했는데 그걸 없앴다”며 “이제는 견제할 방법도 없고, 간부들이 충성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도 “어떤 이유가 붙어 징계, 인사가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말 한마디, 게시판 글조차 어느새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보직간부들은 반성보다 외려 기자들을 질책하고 있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지난달 27일 사내 게시판에 사죄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박 부장은 “왜 선거를 앞두고 참회 사죄를 외치냐”며 “정부 발표와 현장이 다르다고 말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당신들이 기레기다. 왜 느닷없이 회사 욕을 하고 사죄를 하라고 하냐”고 했다. 오정환 부국장도 2일 “(7일 리포트는)아무리 읽어봐도 희생자 유족을 모욕하는 기사가 아니다. 국민도 분노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MBC에 가해진 파상 공격은 현 체제를 무너뜨리고 장악하겠다는 욕심이 번득거리는 것 같아 극히 우려된다”고 했다.

최근 사측이 진행 중인 데스크급 경력기자 채용 면접에서도 ‘보수냐 진보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 등의 사상검증 질문을 한 것이 드러나며 ‘물갈이’ 의도는 더 확연해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달 20일 노사협의회에서 활용가능한 내부 인력이 많은데도 외부 충원을 하는 것을 지적하자 사측은 “회사가 보기에는 활용 불가능한 인력들이라는 판단”이라고 답했다.

MBC본부는 “MBC 기존 구성원들을 완전히 물갈이하고 온전히 사측 지시대로 움직일 ‘마리오네트’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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