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해임제청안 표결 무산...양대 노조 총파업 돌입

KBS 이사회 6월5일 표결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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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보류함에 따라 KBS 양대 노조가 29일 오전 5시부터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양대 노조의 공동 파업은 2009년 노조가 나뉜 이후 처음이다.

KBS 이사회 여야 이사들은 28일 오후 4시 정기 이사회를 열어 해임제청 사유와 표결 여부를 두고 장시간 공방을 벌인 끝에 다음달 5일로 표결을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이사회가 열린지 9시간 만이었다. 이날 이사회에서 여당 이사들은 야당 이사들의 해임제청 사유 문구 등을 문제 삼으며 표결 처리 지연을 유도했다.



   
 
  ▲ 28일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상정된 KBS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 구성원들 사이를 이길영 이사장과 최양수 이사 등이 지나가고 있다.(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당초 야당 측 소수 이사들은 △‘보도통제’ 의혹 확산에 따른 공사의 공공성과 공신력 훼손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을 길 사장 해임제청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당 이사들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 폭로로 드러난 청와대와 길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KBS 기자협회가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관련 의혹을 확인해 보고서로 제출했지만, 여전히 객관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해임 사유 문구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고, 이 때문에 이사들 간에 격론이 벌어지며 몇 차례 정회가 반복됐다.

결국 야당 이사들은 여당 이사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 ‘보도통제’ 부분을 삭제하고 표결에 부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이사들은 여전히 미온적이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표결에 부쳐서 부결되는 것도 여당 이사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영 이사장은 길 사장에게 소명 기회를 더 줘야 한다며 해임제청안 처리 연기를 주도했다. 길 사장은 이미 지난 26일 임시 이사회에서 서면 답변서를 제출한 상황. 길 사장은 서면 답변서에서 자신에 관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KBS 양대 노조가 준비하고 있는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6·4 지방선거와 월드컵 중계방송을 성실히 완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길 사장에게 추가로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은 결국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야당 이사들은 반발했다.

그러나 끝내 7대4 구조라는 ‘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야당 이사들은 6·4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날 이사회를 열어 표결 처리를 하자는데 합의했다.

KBS 양대 노조는 즉각 29일 오전 5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파업지침을 선포했다. 양 노조는 “이번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독립 쟁취를 위한 파업은 KBS 내 모든 노동조합과 직능 협회, 부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모두 뜻을 모아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한 역사적인 공동 투쟁”이라며 “이번 파업은 주체, 목적, 절차에 있어 합법성을 모두 충족시킨 명백한 합법 파업”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이번 파업은 노조원 외에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한 간부들까지 제작거부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전면 파업과 최악의 방송 파행 사태가 예고된다.


KBS 양대 노조는 29일 오후 3시 공동파업출정식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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