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불로소득과 지급되지 않은 근로소득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장


   
 
  ▲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 염호석씨가 자살했다. 자기가 살던 경남 양산을 떠나 강원도 정동진에 가서 죽었다. 해가 뜨는 그곳에 간 까닭을 염호석씨는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고 유서에서 밝혔다. 염씨가 소속돼 있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금 파업에 들어가 있다.

노조 요구를 살펴봤더니 무척 단순했다. 생활임금과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사업장 위장 폐업을 철회하라는 정도였다. 염호석씨는 2010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들어갔다. 2년 뒤 센터 사장이 직원 숫자를 늘리는 바람에 수리 건수가 적어져 월급으로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자 그만뒀다가 지난해 2월 다시 들어갔다.

보니까 ‘건당 수수료’가 문제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임금 대신 받는 월급이다. 센터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주식회사와 계약한다. 삼성 표지를 달고 다니지만 직접 고용돼 있지는 않다. 사용자 처지에서는 참 편리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인력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수리한 건수에 맞춰 돈만 넘겨주면 된다. 센터 사장도 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을 10명 채용하든 20명을 채용하든 수리 건수가 같으면 지출되는 인건비 총액은 같다. 10명에게 200만원씩 주든 20명에게 100만원씩 주든 센터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다.

대신 노동자만 죽어난다. 수리할 거리가 많아지면 센터 사장은 수리하는 사람을 늘린다. 개별 노동자가 챙겨가는 월급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노조 활동을 하든지 밉보이면 불이익을 준다. 일감 자체만 줄이면 건당 수수료가 저절로 적어진다. 노조 분회장을 하던 염호석씨의 3월 월급은 70만원, 4월은 40만원이었다.

염호석씨 같은 노동자를 밑변으로 삼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먹이사슬이 이렇다. 삼성전자에서는 먹이사슬 아래에 백혈병 노동자가 놓여 있었다. 병든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치료비와 보상금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반면에 먹이사슬의 상층부에는 일한 대가 이상으로 챙겨가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불로소득은 사회에 해롭다. 손쉽게 얻어지는 불로소득은 더 큰 불로소득을 기대하게 한다. 불로소득 그 자체와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는 땀흘려 일하는 사람을 천하게 여기도록 만들고 일하지 않고도 떵떵거리는 사람을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든다.

세상 모든 일에는 그에 걸맞은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런 노력이 생략될 때 참사가 일어난다. 세월호 침몰도 불로소득을 노린 탓이다. 이를테면, 컨테이너를 선박에 제대로 묶어두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불로소득으로 사는 사람은 많은 경우 다른 사람 마음에 대못을 박거나 한이 맺히게 만든다는 점이 근로소득으로 사는 사람과 다르다. 물론, 언제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깨를 감싸안을 수 있을까?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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