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익~ 회의 알리는 벨소리…토요일 보도국에 긴장이 흐른다

[기자25시](12)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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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특종기자로 이름 날리다 방송기자 새로운 도전
기사 데스킹 외에 중계차·백팩·헬리캠 등 현장 배치도 그의 몫
“열심히 뛰면 특종 기회 온다” 부지런함 강조


윤전기 굉음마저 잠시 숨을 고르는 지난 17일 토요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1가에 위치한 조선일보 편집동.

하지만 평일과 다름없이 돌아가는 곳이 있다. 이 건물 5층에 위치한 TV조선 보도국.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다 보니 이날 역시 또 다른 일상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회부는 최근 세월호 참사 등으로 ‘핫코너’가 됐기 때문에 평일과 휴일 간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진동 기자는 현재 사회부 부장 겸 TV조선 주말뉴스 앵커로 활약 중이다.

이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 토요일 오전의 여유로움을 뒤로 한 채 각종 사건·사고와 씨름해야 하는 일상의 문을 열었다.

“평일엔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하지만 토·일요일엔 11시에 열리는 오전 회의 이전에 나옵니다. 주말에 늦게 나오는 게 그나마 일상의 즐거움입니다.”

사회부장을 맡은 지 약 100일. 그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근하면서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찾은 여유다. 이 기자는 사회부장으로 온 이후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에게선 아직까지 ‘사회부장 이진동’보다는 ‘사건기자 이진동’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그동안 ‘진승현 게이트’, ‘안기부 X파일’, ‘변양균 신정아 사건’ 등 최고 권력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낸 기사로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자는 출근하자마자 부장으로서의 일과로 하루를 연다. 사회부 기자들이 보고한 일정과 아이템 등을 꼼꼼히 챙기며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오늘과 내일 취재 일정 등에 대한 지시를 내린다. 휴일이어서 오늘 뿐 아니라 내일 뉴스에 대한 밑그림을 미리 그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날 법원이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강제로 데려올 수 있는 구인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유 전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금수원’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 더욱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도심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등이 예정됐기 때문에 사회부에서 챙겨야 할 일정도 평소보다 많은 날이다. 평일 이상으로 취재계획을 촘촘히 세우지 않으면 눈뜨고 물 먹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말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주요 일정 등을 체크한 뒤 토요일자 조간신문을 챙긴다. 전날 놓친 기사가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TV조선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기자 개개인이 여러 몫을 할 수밖에 없고, ‘운영의 묘’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데스크, 앵커, PD 등을 제외하고 취재 일선에서 뛰는 기자들은 70여명. 지상파방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 수준이기 때문에 서로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뉴스로 금방 나타나고, 이에 따른 시청자 반응은 냉혹할 만큼 빠르게 시청률로 돌아온다.

이 기자는 “이미 세팅된 지상파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동성을 앞세우고 있다”며 “부족하지만 기자들의 성실함과 부지런함 등으로 지상파방송의 물량 공세와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삐이익~”. 오전 11시, TV조선 주말뉴스 회의를 알리는 벨소리. 평일엔 오전 두 차례(오전 8시40분과 10시30분) 울리지만 토·일요일엔 한 차례만 울린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30분 동안 열띤 토론을 거치며 이날 메인 뉴스의 밑그림을 잡았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나면 곧바로 취재 지시에 들어간다. ‘1분, 1초’가 아쉬운 취재기자들에겐 지시가 빨리 내려질수록 취재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데스크의 빠른 상황 판단이 중요하다.

현재 사회부 소속 기자는 26명, 파견 등의 이유로 빠진 인력을 제외하면 20명. 토요일이지만 이 중 3분의 2가량이 출근했다. 지난주까지 세월호 보도 때문에 열외 없이 풀가동됐지만, 그동안 누적된 피로 등을 감안한 조치다.



   
 
  ▲ 이진동 사회부장이 17일 보도국 회의실에서 타 부서 부장 등과 오전 회의를 하고 있다.  
 
반면 부장은 맘 놓고 쉴 수도 없다. 또 취재 기자들은 자신이 취재할 것만 신경 쓰면 되지만, 부장은 체크하고 점검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전남 진도 사고현장에 보낸 중계차, 무선이동 중계기인 ‘백팩(Back Pack)’, 공중에서 촬영이 가능한 ‘헬리캠’ 등 가용자원을 면밀히 살피고 효과적인 배치 등을 조율하는 몫도 부장의 또 다른 역할이다.

“신문은 기사의 야마만 잡으면 출고되는 기사 수준은 엇비슷합니다. 그러나 방송은 중계방식 등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취재 지시가 끝났다고 해서 오전 일과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오전 회의 시간 때 논의됐던 톱 거리가 마땅치 않자, 김동욱 편집1팀 부장과 논의를 거쳐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 공권력 투입 임박을 ‘야마’로 다시 잡고 나서야 점심식사 시간이 시작된다.

사회부 휴일 근무자와 함께 하는 점심시간. 전날 이 기자가 취재원과의 술자리 때문에 밤늦게 귀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량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엔 언제 어떤 사안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취재원과의 약속을 잡지 않았지만, 최근 취재원과의 스킨십을 다시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특종에 대한 그의 지론은 열심히 뛰는 사람한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제보자는 관련 분야서 한발 떨어진 사람에게 들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폭넓게 취재원을 만나는 것을 늘 강조한다.

이 기자는 “우연히 접한 제보를 통해 특종을 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돌아간다는 얘기를 후배들한테 많이 한다”며 “특히 후배들에게 ‘내가 내세울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낮 1시10분, 오후 일과 역시 취재 점검으로부터 시작된다. 유 전 회장 신병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인천지검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유 전 회장 자녀에 대한 소재지 파악 여부 등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이 부장은 “검찰이 경찰에 강제구인을 위한 병력 요청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타사보다 먼저 확인했기 때문에 ‘검찰 강제진입 초읽기’를 오늘 톱으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에 열린 오후 회의. 오전 중에 취합된 보고 등을 통해 ‘[단독] 검찰, 강제진입 초읽기…시간 선택만 남았다’라는 기사가 이날 헤드라인으로 정해졌다. 이어 ‘금수원 신도 3천명 집단 예배…긴장감 고조’, ‘‘잠적’ 유병언, 금수원에 있나? 없나?’, ‘검찰, 유병언 자녀들 소재 파악…“체포에 문제 없다”’ 등이 관련 기사로 확정됐다.

이날 사회부에 배정된 기사는 7꼭지. 그나마 6·4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 이후 정치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평소보다 부담이 줄어든 것.

취재 지시를 끝내고 기자들이 기사 제작에 매달리는 시간. 이 기자에겐 하루 일과 중 그나마 가장 여유로운 시간대다. 그는 이 시간을 이용해 오전에 잠깐 훑어봤던 주요 일간지를 꼼꼼히 살피고 따로 읽어야 할 기사 등을 별도로 스크랩한다. 그러나 중간 중간 취재 진행 상황 등을 체크하고, 내일 취재 지시도 잊지 않는다.

오후 4시부터 취재한 기사들이 줄줄이 들어오면 이 기자 역시 송고된 기사를 꼼꼼히 재차 살핀다. 뉴스는 신속성과 함께 정확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TV조선 주말뉴스’가 진행되기 30분 전인 오후 6시50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 참여여부를 끝까지 확인하고, 미흡한 부문을 수정하고 나서야 이날 나갈 기사가 마무리됐다.

이 기자는 “보도해야 할 뉴스를 제대로 다뤘는지를 항상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며 “뉴스를 정확히 선택하고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는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동안 주말뉴스를 진행했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 다른 앵커에 마이크를 맡긴 상황이다. 사회부장으로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는 “뉴스앵커를 처음 맡았을 땐 뉴스를 진행하는 70분 내내 진땀이 날 정도였지만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며 “매일 매일 방송에 대한 성적표가 나오다보니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말 뉴스가 끝나는 저녁 8시30분, 하루 일과를 마치며 안도감과 아쉬움 등이 교차하는 시간. 이 기자는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서 지인과 치맥(치킨+맥주)이나 한 잔할까 한다”며 비로소 주말 분위기를 만끽했다.

23년차인 그는 20년 동안 신문 기자로서 살아왔고, 이름 뒤에는 ‘특종 기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앞으로 방송 기자로 살아갈 남은 기자생활 동안엔 ‘도전자’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도전자로서 방송계에 어떤 족적을 남길지 언론계 안팎에서 또 다시 그를 주목하고 있다.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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