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재개 단원고 취재 자제 역력

[현장르포] 안산 단원고 수업 재개 첫날 표정
취재진 80여명 몰려…인터뷰·근접 촬영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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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아흐레 만인 24일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재개했다. 참사 이후 첫 등교인 만큼 이날 단원고 교문 주변에는 국내외 취재진 80여명이 몰려들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17일부터 굳게 닫혔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문이 사고 발생 아흐레 만인 24일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이 희생된 단원고는 이날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재개했다. 1·2학년들은 28일 등교를 재개할 예정이다.

참사 이후 첫 등교인 만큼 이날 단원고 교문 주변에는 국내외 취재진 80여명이 몰려들었다.

학교 인근 편의점 직원은 “휴교일 땐 취재진이 2~3명 정도 있는데, 오늘은 새벽 6시30분부터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침 8시20분 등교시간에 맞춰 오전 7시30분부터 삼삼오오 짝지어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랄한 웃음이 넘쳐야 할 등굣길에는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 가벼운 눈인사조차 건네기 쉽지 않은 분위기인 듯하다.

이날 등교를 시작한 학생들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교문으로 들어갔다.

이날 취재진들 역시 학생들과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근접촬영 등을 자제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지닌 학생들에겐 이 역시 또 하나의 고통일 뿐이다.

단원고 관계자는 “교문 주변에 취재진이 많다보니 학생들이 싫어한다”며 “학생들을 위해 교문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기자들도 전날 한국사진기자협회에서 이번 취재에 대해 최대한 자제키로 했기 때문에 오후 하굣길 취재에선 교문에서 약 20m 떨어져 있는 왕복 2차 도로 넘어서까지 취재라인을 물리기로 했다.

한 신문사 사진기자는 “지난주 한 취재진이 6mm 캠코더를 가지고 학생들을 근접 취재하다가 캠코더를 빼앗겼다”며 “어린 학생들을 취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재 온 기자들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현장 상황과 방송에서 나온 상황이 너무 다르다보니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생존자 가족들이 외신기자들만 인터뷰를 한다는 자체를 우리 언론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날 수업은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돕기 위해 1교시 조회, 2~3교시 트라우마 떠나보내기, 4교시 학생 주도 학급회의 순으로 진행된다.

학사 일정이나 맞벌이 부모들이 많은 학교 특성뿐 아니라, 학생들이 혼자 지내기보다는 학교에 모여 서로 위로하고 슬픔을 공유하는 게 상처를 털고 일상에 복귀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슬픔을 딛고 일어설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함께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 학생의 학부모들은 지난 22일 호소문을 통해 “아직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도, 하늘로 간 아이들도,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우리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라며 정부에 신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하는 한편 언론에는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한 취재 경쟁 자제를 요구했다. 안산=김창남.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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