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불신하며 외신기자 의지

[세월호 참사 현장을 가다]국내 상주 주요외신 이외 독일 등도 현지기자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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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베트남 통신사 기자가 진도 팽목항을 배경으로 리포트를 하고 있다. (강아영 기자)  
 
“너무 끔찍한 사고다.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진도에서 취재 중인 외신기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을 취재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외신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브리핑 내용을 듣고 한숨을 내쉬는 기자들도 있었다.

AP, AFP, 알자지라, BBC 등 수많은 외신들은 세월호 사고 발생일인 16일부터 진도 곳곳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적도 다양하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덴마크, 독일 언론사들도 한국으로 기자들을 급파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Bild)의 한 기자는 “독일에서도 이번 사고를 매우 중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등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 정부 발표를 취재해 타전한다. 또 해경 경비정이나 민간 어선을 타고 사고 현장에 직접 나가 국내 언론 못지 않은 생생한 장면을 보도하기도 한다.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인지 실종자 가족들은 주로 외신기자에게만 취재 협조를 하고 있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곳곳에서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하는 매체가 모두 외신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국내 언론은 실종자 가족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암암리에 조용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본 NTV의 한 카메라기자는 “실종자 가족이 먼저 찾아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한국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 외신에게만 협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한국 언론의 보도 실태를 우려하는 한편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NTV의 카메라기자는 “한국 언론이 오보도 많고 왜곡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 주니치신문의 기노시타 다이스케 기자는 그러나 “잘못된 점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일본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다를 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외신도 있었다. 미국 NBC의 한 기자는 “한국 정부는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이 없는 것 같다”며 “매번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데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이런 사고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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